본격 과학소설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프랑스의 소설가, 쥘 베른(Jules Verne, 1928-1905)이 발표한 <해저2만리(1870)>는 오늘날까지도 애독되고 있는 대표적인 고전 중 하나다. 수차례 영화로도 제작된 이 작품에는 19세기의 과학기술로는 상상조차 어려웠던 ‘바다목장’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바다 속에서 어류를 관리하고, 양식하여 자급자족을 이루는 시스템, 작품 속 네모선장은 “바다 속에는 모든 것이 다 있다”며 육상자원이 한계에 다다를 미래, 인류가 생명력을 이어갈 하나의 대안이 바다에 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오늘날, 많은 국가가 자국 해역에 ‘울타리’를 만들고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해양생물을 양식·관리할 수 있는 바다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바다목장 조감도

‘바다목장’이란, 가축을 기르는 초원의 목장처럼, 바다의 공간을 체계적으로 이용·관리하여 자연산 수산자원을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각 바다의 자연적인 생태를 파악한 후 해양생물이 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고, 더 많은 물고기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인류에게 필요한 수산자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탄생하였다.
바다목장에서는 장기적인 해양생태계 연구가 가능하고, 동시에 이를 통해 해양 환경의 안정적인 보전 역시 이끌어갈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관광적인 측면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 등 해양 분야를 넘어 다양한 부가가치를 잠재한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바다목장
우리나라의 바다목장 건설은 1998년 경상남도 통영에서 처음 출발하였다. 한국해양연구원, 국립수산과학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학계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연구에 참여했으며, 바다목장 건설을 위한 기반조성-실제 바다목장 조성-체계적인 관리에 이르기까지 9년여의 시간에 걸쳐 조성한 것이 바로 ‘통영 바다목장’이다.

바다목장 연구가 진행된 떠 있는 실험실, 통영 해상기지

삼면으로 둘러싸인 국내의 바다는 각 해역의 생태적 특성이 저마다 다르며, 육지처럼 겨울철과 여름철의 수온 차가 크고 남쪽의 난류와 북쪽의 한류가 교차하여 복잡한 해양 환경을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1994년부터 3년간 우리나라 연안환경, 자원 특성을 면밀히 조사·분석하여 동해·서해·남해·제주에 알맞은 바다목장 모델을 개발했고, 동해의 경북 울진, 서해의 충남 태안, 남해의 경남 통영과 전남 여수, 그리고 제주도의 고산 해역을 해당지역으로 선정, 1998년 통영을 시작으로 2013년 까지 국내 바다목장 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바다목장 수중 조사에 사용되는 무인 수중촬영장치

각 지역 바다목장의 주요 대상어종
















통영 바다목장에는 일 년에 1천여 명의 국내외 방문객이 다녀간다

통영시 연명마을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통영 바다목장은 매 해 수천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만큼 국내의 대표적 바다목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은 해역의 수온이 여름철 섭씨 27도, 겨울철 섭씨 10도 정도이기 때문에, 이 조건에서 일 년 내내 머무르는 것이 가능한 정착성 어종, 볼락과 조피볼락이 주로 서식하고 있다. 연구팀은 관찰을 통해 볼락이 약 25~70센티미터 정도의 간격을 가진 구조물을 좋아하고, 나이가 들수록 특정한 공간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다는 사실을 파악하여 현재의 구조를 가진 인공어초를 개발했다고 한다. 이처럼 바다목장의 건설은 복잡한 수중세계의 질서와 각 종의 특성, 그리고 해역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폴레에틸렌으로 만든 인조 해조

인조 해조장















바다의 ‘숲’
육상 동물들이 숲에서 자원을 얻고 휴식을 취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것처럼 바다생물에게도 바다숲은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인조 해조나 다시마로 만든 인공숲 등 다양한 형태의 바다숲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여 바다의 1차 생산력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바다생물에게 직접적인 생활 터전을 제공한다. 더불어 산란장, 은신처, 성육장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연안 어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세계의 바다목장











말레이시아 랑카위 코랄 해양공원에서는 상어를 비롯한 물고기들이 매일 관광객과 어울려 논다

말레이시아 랑카위 코랄 해양공원

1990년대 초에 조성된 말레이시아 최초의 산호초 해양공원으로, 수백 명이 동시에 수중 관광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상어를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이 관광객과 어울려 ‘해양도시’를 이루기에, 랑카위 코랄 해양공원은 관광형 또는 수중 체험형 바다목장의 대표적 모델이다. 자연 그대로의 해역으로 인간을 초대한, 즉 바다생물의 관광 자원화를 이끌어 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드홀에서 가장 인기 좋은 포테이토 코드

호주 국립해양공원
‘세계 최대의 산호초 콜렉션’인 호주 국립해양공원은 2천 킬로가 넘는 길이에, 400여종의 산호, 1500여종의 어류, 4000종의 연체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곳 역시 그 일부를 스쿠버다이빙이나 스노클링이 가능한 관광지로 개발하여, 관광객들에게 하루 2~3차례의 생태관광 다이빙 코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에서 해역과 어류가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는 사례 중 가장 큰 규모의 바다목장으로 알려져 있기에 전 세계 각지의 다이버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호주 국립해양공원에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초록거북, 듀공과 같은 종이 서식하고 있어 세계 해양생물학자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수중생물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호주의 산호초 해역


일본은 30여 개의 바다목장을 운영하며 참돔, 감성돔, 넙치 등에게 안정적인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1960년대부터 바다목장 연구를 시작한 일본은 1980년대 들어 고급 생물 종의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어초의 제작과 설치, 음향급이기(소리로 물고기를 길들여 일정 장소에 모이게 하는 장치) 개발, 파도를 막는 구조물 조성 등 다양한 연구개발을 통해 바다목장의 ‘첨단화’를 이뤄가고 있다.

떼를 지어 살아가는 어린 볼락

북유럽 최고의 수산국인 노르웨이에서도 1960년대부터 대서양 연여를 키워 바다목장을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양식 기술이 발달하여 연 80만 톤 이상의 연어를 생산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1980년대부터는 연어, 대구, 바닷가재, 가리비 등으로 대상종을 넓혀 바다목장 사업을 실시했고, 각 종에 맞는 바다목장을 건설하여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은 1995년부터 일본과 공동으로 태평양의 참다랑어를 대상으로 한 바다목장을 추진한 바 있으며, 중국 역시 2007년부터 통영 바다목장을 모델로 하여 산둥 성 칭다오 연안에서 바다목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등 물고기들의 바다 속 ‘도시’는 세계의 바다에서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남태평양 팔라우 공화국의 블루코너_나폴레옹 피쉬가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곳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떼지어 다니는 블루코너

 











글 |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블로그 기자 김 병 호

위 자료는 '미래를 꿈꾸는 해양문고 시리즈 중 꿈의 바다목장'의 내용을 토대로 한 것입니다.
자료출처 | 한국해양연구원(http://www.kor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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