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노벨과학상 들여다보기
세상의 이치를 파고들어 상식을 뒤집다

올해도 다양한 화제를 낳았던 노벨 과학상이 모두 발표됐다. 각 분야의 수상업적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깊이 파고들어 상식을 뒤집은 과학자들이 상을 받은 것이다. 과학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노벨상이 선택한 주인공들을 통해 과학연구의 최신 흐름을 살펴본다.

확정된 수상자들은 12월의 노벨상 시상식에서 정식으로 노벨상을 수여받는다. 사진은 2010년 노벨상 수상자 강연.

“이자는 5등분하여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나 발명을 한 사람, 화학분야에서 중요한 발견이나 개발을 한 사람, 생리학 또는 의학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을 한 사람, 문학분야에서 이상주의적인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쓴 사람, 국가 간의 우호와 군대의 폐지 또는 삭감과 평화회의의 개최 혹은 추진을 위해 가장 헌신한 사람에게 준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이 속죄하는 마음으로 제정한 노벨상은 과학기술과 세계 평화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큰 명예를 안겨주어 인류 문명의 발전에 공헌하고 있다. 노벨상이 제정된 이래, 인류에 큰 기여를 한 연구와 발명을 선별하여 최초의 아이디어를 고안하거나 발견한 사람이 노벨상의 영광을 얻었다. 그래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거나 기존 이론을 탄탄하게 보강하는 결정적 연구들이 노벨상의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에 확정된 노벨상 수상자들은 독특한 면이 있다. 기존의 믿음을 깨는 연구를 했기 때문이다.

2011년 노벨물리학상의 주인공은 ‘SN1a’라고 알려져 있는 초신성을 관측하던 두 연구단체의 책임자들이다. 솔 펄머터가 1988년부터 이끌던 ‘초신성 우주론 프로젝트(Supernovae Cosmology Project)’와, 1990년경부터 브라이언 슈밋과 애덤 리스가 함께 주도한 ‘High Z SN Search Team’은 최초로 우주의 가속팽창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화학상준결정질 물질을 발견한 단 셰프트만 이스라엘공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셰프트만 교수가 학계의 인정을 받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기존의 화학 상식과 어긋나는 셰프트만 교수의 발견은 학계에서 강한 비판을 받았지만 나중에 그의 주장은 사실로 밝혀졌다. 셰프트만 교수는 금속재료 분야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라는 명예도 함께 얻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면역학계에서 나왔다. 면역학은 그간 1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만큼 중요한 분야다. 룩셈부르크 출신인 율레스 호프만 프랑스 분자세포생물학연구소 교수, 미국의 브루스 보이틀러 스크립스 연구소 유전학과 교수, 캐나다의 랠프 슈타인만 박사가 그 주인공으로 이들은 선천성 면역체계를 밝히는 한편 세균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면역계에 알리는 수지상세포를 발견했다.

[물리학상]
                    ‘인류는 여전히 모른다’에 준 물리학상

우주가 빅뱅이라는 폭발적인 사건으로부터 갑자기 공간이 늘어나는 인플레이션 단계를 거쳐 탄생했다는 것이 현재의 정설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주공간에는 빅뱅으로 인한 에너지가 남아 우주의 모든 방향으로부터 고르게 검출되는 ‘우주배경복사’가 존재한다. 우주배경복사는 여러 관측으로 그 실체가 확인되어 과학자들은 우주의 표준모형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물리학상의 주인공인 브라이언 슈밋과 애덤 리스, 솔 펄머터의 연구는 탄탄해 보이던 우주표준모형을 전면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게 만들었다. 기존 우주모형에서는 우주의 팽창이 점차 느려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번에 수상한 두 연구단체는 초신성 관측을 통해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솔 펄머터

표준우주모형을 수정하는 것은 이들의 원래 의도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거리를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초신성의 성질을 이용하여 우주가 어느 정도로 팽창속도가 느려지고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 그런데 막상 관측이 끝나자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그것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와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초신성 관측 통해 우주 팽창 입증…기존 정설 반박
우주를 바둑판, 은하를 바둑돌이라고 생각해보자. 바둑판이 점으로부터 폭발하듯 생긴 빅뱅 이후 바둑판은 계속 넓어졌다. 자연히 바둑판의 격자들의 간격도 늘어났지만 바둑알 자체의 크기는 변하지 않고 바둑판 위에 얹혀 있다. 즉, 우주는 계속 커지고 있지만 은하 자체는 크기가 커지지 않으면서 은하 사이의 거리만 늘어난다는 뜻이다.

브라이언 슈밋

애덤리스













표준우주모형에 따르면 은하 자체가 팽창하지 않고 모양을 유지하도록 붙잡아주는 중력이 우주 전체에도 작용하여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가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가 보여주었듯 우주가 계속해서 빠르게 팽창하려면 중력의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힘, 척력이 존재해야 한다. 이런 척력을 처음 우주론에 도입한 사람은 아인슈타인이었다. 우주 팽창이 발견되기 이전에는 팽창하지도, 수축하지도 않는 정적인 우주를 믿었는데, 우주가 정적이려면 중력에 저항하는 척력이 필요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라는 개념을 고안하여 이를 해결했으나 허블이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우주상수는 쓸모없는 사족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가속팽창이 확인된 이상 우주에는 척력이 필요하고 우주상수가 다시 필요해졌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우주가속팽창이 ‘암흑에너지’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암흑에너지는 말 그대로 아직 관측되지도 않았고 정체도 모르지만 우주가 팽창할 수 있도록 척력을 일으키는 에너지다. 이번 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연구는 암흑에너지가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기존 이론의 한계가 존재하며 이를 넘어서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글 | 송용선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
                                                                                                         엮음 | 김택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출처 | FOCUS 11월호

다음 시간에는 노벨화학상,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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