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순 현대·기아차 고문에게서 듣는 이공계 대학생들이 나아갈 길

지난 5월 29일 6시,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뜨거운 강연이 열렸습니다. 바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하고, 한국이공계대학생연합회가 주관한 ‘경이로운 만남!’ 강연회인데요, 이날은 ‘이공계 대학생이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이현순 현대·기아차 고문에게서 노하우와 경험담을 듣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연사 소개 - 이현순 현대·기아차 고문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시고 미국에서 석사, 박사과정을 마치 신 후, 미국의 GM(제너럴 모터스)에서 일하셨고, 그 후 현대자동차로 입사하여 연구개발총괄본부 담당부회장을 역임하셨습니다. 현재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신데요, 현대자동차에서는 자동차 엔진 설계를 담당하셨고,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엔진을 만드신 전설적인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이현순 고문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전체 강연 내용을 크게 3부분으로 나누어 전해드립니다.

엔지니어 선배로써 경험을 나누고자 이번 강연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세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나의 이야기, 현대자동차의 도전이야기, 그리고 젊은 20대의 이야기를 해볼게요.

#1. 나의 이야기
저는 엔진 분야에 관심이 많았으며, 운 좋게 공군 사관학교의 교관이 되어 엔진을 담당 하게 되었고, 비행기 엔진 연구와 실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비행기 엔진 공부하려고 했으나, 국방분야라 공부하기가 어려워 자동차 엔진을 공부했습니다. 자동차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이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에게도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80년대 초에 이르러 GM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회사가 크다 보니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는 희망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다, 84년 현대자동차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현대는 독자적 엔진을 가져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그 임무를 바로 제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현대자동차의 최대주주는 일본계 회사, ‘미쓰비시’였습니다. 미쓰비시에 기술의존을 하고, 그 기술료를 낼 돈이 없어, 주식으로 넘겨주다보니 결국 미쓰비시의 자회사처럼 되어버린 것이죠. 미쓰비시에서 오래된 엔진의 도면을 엄청 비싸게 사와서 차를 만들면, 너무 옛날 엔진이라 수출 경쟁력이 없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살 길은 독자 기술개발, 기술자립이었어요.

84년부터 엔진 개발에 착수해 85년 시제품 1호를 내보였지만, 미쓰비시 이사회의 방해는 계속되었습니다. 아마도 기술 자립이 얼마나 자신들에게 치명적인지 미쓰비시 측도 알고 있었겠죠. 하지만 결국 91년 1월에 첫 엔진인 알파엔진 개발됐고, 엑센트에 알파엔진을 부착하면서 미국으로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엔진 개발 전에는 연간 10만대를 판매했는데, 기술 자립 이후 현재 720만대로 늘어났으니, 28년 만에 70배 이상 성장했네요.

@quimby / http://www.flickr.com/photos/orqwith/4325166853

미쓰비시 때문에 정말 개인적으로도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 미쓰비시 회장이었던 구보회장이 정주영 회장님께 와서 제 사표 받으면 최신 엔진 도면을 주겠다고 했었고, 1년 뒤에 와서는 로열티를 절반으로 깎아주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어느 날은 잠시 출장 갔다 온 사이에 보직해임 당해 책상도 없이 연구실 복도 끝에 있던 책상에 앉아서 5개월 동안 회사를 다녔습니다. 당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밥을 혼자 5개월 동안 먹었던 것인데요, 제 근처에 있으면 미쓰비시한테 찍힌다는 소문 때문에 아무도 제 곁에 오지 않아 정말 외로웠습니다. 정주영 회장님이 뒤늦게 아시고 바로 복귀시켜주셨어요. 그때부터 미쓰비시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엔진개발에 들어갔습니다. 그 이후 세계 최고를 목표로 경쟁력 있는 엔진을 만들게 되었으며, 지금은 최근 몇 년간 세계 최고 엔진상을 받을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2. 현대자동차의 Challenge
1960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79달러에 불과했으며,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2011년, 필리핀이 9배, 아르헨티나가 27배, 가나가 16배 성장할 때 우리나라는 285배 성장했습니다. 한국이 성장하게 된 이유는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의 기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노력과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바로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자동차 시장에서 자기 브랜드를 가지고 세계무대에서 경쟁하는 나라는 한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미국, 일본 6개국입니다. 하지만 한국을 제외한 5개 나라가 2차 대전 무렵 독자 전투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한국은 리어카 정도를 만든 수준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반도체, 조선 등의 사업에서도 선두 기업을 가지고 있잖아요. 세계 자동차 시장을 보더라도 한국은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며, 현대자동차 역시 세계 메이커 순위에서 5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가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의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죠. 미래는 이공계 대학생이 한국경제를 이끌 것입니다.

#3. 젊음, 20대 - 꿈을 펼치는 시기
대학생은 나를 찾는 시기, 나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입니다. 능력의 한계는 누가 정한다고 생각하세요? 여러분들의 꿈의 크기는 여러분들이 정하는 것입니다. 꿈의 크기가 클수록 여러분들이 크게 됩니다. 못할 것이라 생각하면 여러분은 거기까지밖에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공계 공부는 고생스럽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고, 그 것이 바탕이 되어 인생에서 훨씬 더 큰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이공계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남들이 안 한 것을 개발하고, 최초로 갈 수 있는 길을 개척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전공을 챙기지 않는다면 이는 분명 큰 실수입니다. 전공을 더 신경 써서 공부해야 하며, 스펙보다는 올바른 생각, 도전정신,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신입사원을 보면 영어는 잘하지만, 기초들이 예전보다 약해졌습니다. 따라서 전공지식의 강화가 필요합니다. 기술에는 융복합화가 따라오며, 변화주기도 빠르므로, 연관된 분야의 지식도 필요합니다. 또한 이공계 학생들 역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중요하며, 경영학지식도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국가의 발전은 엔지니어의 어깨에 달려있습니다. 이공계 학생들이 국가성장의 주역인 것입니다.

@ musumemiyukihttp://www.flickr.com/photos/ichihara-hanpu/3384986548

대학교 4년은 대나무와 같습니다. 대나무는 4년 내내 땅속으로만 깊게 뿌리를 내리다, 5년째 되는 해 갑자기 25미터나 자라납니다. 여러분도 대학교 4년 동안 땅 속에 뿌리를 내리고 사회를 나갈 준비하고 있다가, 5년째 되는 해 크게 자라나 세상을 받치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잘 이끌어가길 기대합니다.

어떠세요? 여러분도 이현순 고문님의 이야기를 잘 들으셨나요?
저는 미쓰비시 이사회의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가지고 계속 노력해 한국 최초, 최고의 엔진이라는 꿈을 이루신 것을 듣고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11번의 질문이 오고 갔을 만큼 강연회장의 분위기도 뜨거웠는데요. 그 중에서 세가지 질문을 여러분께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이것이 내 길이다’라고 느낀 계기는 어떤 것인가요?
  남들이 안 해본 것을 하고,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을 개발하는 것은 엔지니어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국가가 안 좋고 어려운 때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할 수 있었던 것이 엔진 설계였기 때문에 이 길을 선택했습니다. 

고문님은 어떤 방식으로 경영학적 마인드를 키우셨나요?
  기본 이론은 학교에서 배우고, 실무는 회사에서 경험을 통해 쌓아나가야 해요. 제 자신도 엔지니어로만 일하다 보니까 경영마인드가 약하다고 느껴져 짧은 MBA 코스를 했었고,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엔지니어도 계속 위로 올라가면 결국 관리를 해야 되고, 기술을 포함한 예산, 인력, 전략을 해야 된답니다. 저도 기술 총괄뿐만 아니라, 마케팅, 상품전략까지 굉장히 범위가 넓은 범위를 맡아,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었어요.

이공계 학생들이 글로벌하고 참신한 인재가 되기 위해서 다른 학문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요?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은 T자형으로, 넓은 분야를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공계 출신들은 경영회계에 너무 기초가 없고, 경영이나 경제를 전공한 학생들은 기술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엔지니어들은 순간순간 올바른 판단을 해줘야 할 때 경영마인드가 약해 어려움이 있는 반면, 경영전공자들은 기술 이해를 잘 못해서 서로 딴소리를 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기술의 변화 주기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수많은 판단을 아주 순발력 있게 해야 해요. 따라서 자기 전공이 아니더라도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연회가 끝나고 고문님께 감사의 선물을 전하는 지율 회장

  이현순 고문과 함께한 엔지니어로써의 인생이야기,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도전 이야기, 어떠셨나요? 이현순 고문께서는 이번 강연 내내 "기업에서 이공계 전공자의 역할은 매우 절대적이다. 국내 주요업종의 이공계 직원 비율이 평균 70% 이상이며, 100대 기업 CEO의 40% 이상이 이공계"라며, "융합시대가 시작된 만큼, 전공에 능한 스페셜리스트이자 다른 공학 분야도 이해하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

기사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이공계 대학생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합니다.

대나무처럼 크게 그 가능성을 뻗어나갈 이공계 대학생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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