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나눌 때 더욱 풍요로워진다
아프리카 차드에서 나눔의 길을 찾다

과학과 기술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풍요로운 삶이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의 혜택은 모든 이에게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가 스마트폰의 최신 기술을 고대하고 있는 동안 지구 어딘가 에서는 당장 사용할 식수를 얻는 기술이 절실한 사람들도 있다. 전기의 혜택이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TV는 쓸모없는 고철일 뿐이다. 기술의 가치는 모든 이에게 동등하지 않다. 상황에 따라 가장 필요한 기술이 따로 있는 것이다.

▲ 오우니앙가 호수의 전경. 차드 북부에 있으며 사하라 사막의 일부에 속하여 메마른 환경의 전형을 보여준다.

지구촌이 당면한 여러 국제적 문제 중 점점 심화되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개발격차다. 부유한 국가들이 북반구에 몰린데 비해 남반구 국가들의 대부분이 가난을 면치 못한다는 점에서 남북갈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 경제력 상위 20개국인 G20 국가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85%에 달할 정도다. 남북 격차는 산업이 첨단화하면서 더욱 벌어졌다. G20 국가들의 전 세계 특허출원 점유율은 94%. 경제력보다 집중도가 높다.
이러한 불균형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특허 등 지식재산 분야의 자국 역량을 높이려 노력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단기간 만에 지식재산 후진국에서 세계 4위의 기술 강국으로 변모하여 많은 나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으로 이는 국제 사회에서 기술을 선도하고 보급해야 하는 위치에 올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특허청은 우리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한 다양한 지식재산 나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적정기술 보급사업이다.


특허청, 개도국에 효용성 큰 적정기술 보급사업 추진

사실, 후진국들이 당장 필요로 하는 기술은 스마트폰이나 전기자동차와 같은 최첨단 기술이 아니다. 수동식 물펌프나, 휴대용 정수기, 태양열을 이용한 손전등처럼 당장의 삶에 직결되는 그들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기술이다. 특허청은 우리의 특허문헌에서 이런 기술들을 발굴하여 보급하는 ‘적정기술 보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적정기술’이란 선진국에서는 활용가치가 높지 않으나 개도국에서는 효용이 큰 기술을 말한다. 특허청은 벌목금지령이 내려져 취사에 곤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차드 주민들에게 사탕수수 껍질로 숯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발굴·개량하여 국내 NGO인 굿네이버스와 공동으로 보급하였는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순조롭지 않았다.

▲ 현장의 차드 프로젝트팀. 폭염과 식수, 주거위생 등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했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된 아프리카 차드 프로젝트는 일단 그 지리적 여건이 매우 불리하고(비행시간만 18시간, 환승시간을 고려하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 현지환경과 여건이 열악한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아프리카 국가답게 섭씨 5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여러 도시를 다니며 현지조사, 시제품 시험 및 기술 개발을 시행해야 했고, 현지음식을 먹고 배탈이 나는 경우에 식수공급 또한 순조롭지 못해 장염의 위험을 무릅써야 했다. 또한, 주거지의 위생상황이 열악하여 전염병, 말라리아, 황열병 등 여러 전염병의 감염 위험 속에서 사업을 진행해야 했다.


차드 프로젝트팀이 현지에서 맞닥뜨린 또 다른 난관은 수도인 은자메나에서조차 사탕수수 숯 제작에 필요한 압축기를 제작할만한 작업소가 없어 사업 수행이 곤란해진 것이었다. 차드 프로젝트팀이 은자메나에서 내로라하는 여러 공장을 일일이 찾아가서 문의해 보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압축기 제작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차드 현지 지부장과 사단법인 ‘나눔과기술’ 과학자들, 그리고 굿네이버스와 4자 토론을 통해 차드 내에서 숯 압축기를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한국에서 사전 제작한 압축기를 직접 차드로 이송함으로써, 숯 압축기 문제를 일단락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사탕수수 숯 기술을 완성하였고, 현재 현지에서는 이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 기업과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지식’과 ‘기술’ 나눠 개도국 자립·빈곤 퇴치 ‘청정원조’
한편, 사탕수수 숯 기술과 더불어 추진한 건조망고 제조 기술 또한 현지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견되었다. 현지에서 제작 주문한 망고건조기가 의도한 대로 제작되지 않았고(페인트 냄새로 망고를 건조기 안에 말릴 수 없는 예상치 못한 상황 발생), 현지의 전기사용 사정이 극히 열악하여 전기를 활용한 건조망고 생산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태양열을 이용한 망고건조기를 제작하기로 하고 설계과정을 거쳐 은자메나에서 가장 실력 있는 목공수에게 그 작업을 맡겨 망고건조기를 제작할 수 있었다.


▲ 현지에서 사용할 망고 건조 기술에는 여건상 자연에서 직접 얻을 수 있는 에너지만 사용해야 했다. 비닐하우스와 같은 장치를 만들어 태양열을 이용한 망고건조기를 만들 수 있었다.


특허청이 이번에 차드에서 시행한 것과 같은 적정기술 보급사업은 ‘현물’이 아닌 ‘지식’과 ‘기술’로 개도국의 자립을 꾀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다리 힘이 약한 환자에게 휠체어만을 선물하는 것보다 걸을 수 있도록 다리 근육을 길러주는 재활 치료법을 병행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것처럼, 적정기술 보급사업은 개도국이 스스로 빈곤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립유도형 원조라 할 수 있다. 또한, 돈이나 자원을 제공해주는 원조가 사회, 환경적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비해 지식과 기술을 활용한 이러한 지원은 공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청정원조’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나눔’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멀리 있는 것이 아니며, 그다지 거창할 필요도 없다. 내가 남보다 조금 앞선 분야에서 내가 가진 것을 필요로 하는 우리 이웃에게 전하는 것이 바로 나눔의 시작일 것이다. 무엇이든 시작은 작다. 하지만, 그 끝은 우리의 노력에 달려 있다. 우리가 차드에 심은 작은 나눔의 씨앗이, 차드를 시작으로 아프리카로 커나가고, 나아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글| 송기중(특허청 다자 협력팀 사무관) 사진| 특허청
출처| FOCUS 6월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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