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보존하는 과학
우리 유물, 어떻게 지키나?

1975년, 머나먼 프랑스 땅에서 유학중이던 박병선 박사가 우연히 발견한 이래, 외규장각 의궤가 약탈당한 지 꼭 145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비록 ‘대여’라는 형식이라고는 하지만 프랑스 국내법과 외교관계의 사정을 따져볼 때 이렇게라도 다시 돌려받는 것이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다. 오랜만의 고향 방문인 만큼 대접도 남달랐다. 공항에 도착한 외규장각 도서 75권은 무진동차량으로 옮겨져 국립중앙박물관까지 조심스럽게 운송됐다. 박물관에 도착한 도서들은 최적의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도록 설계한 수장고에 보관된다.

정순왕후 가례도감의궤

국내에 들어온 외규장각 도서 중 하나인 ‘영조 정순왕후 가례도감의궤’ 영조와 정순왕후의 혼례 과정을 그림으로 꼼꼼하게 기록했다.


선대의 선물이자 후대에게 물려줄 귀중한 자산, 문화재는 오래 보존해야 하는 만큼 주변 환경의 변화에 피해를 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문화재가 상하지 않도록 최적의 환경을 찾아내고 손상된 문화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학문 분야가 바로 문화재 보존과학이다.

문화재, 과학으로 지킨다
문화재 보존과학이란 문화재를 복원하고 보존하는 데 필요한 과학분야 일체를 말한다. 선대의 유물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고 오랜 기간 손상 없이 보존하는 분야기 때문에 문화재 보존과학은 종합학문에 가깝다. 문화재의 연원을 밝히는 고고학과 역사학, 미술사학부터 시작하여 물질의 변성을 연구하는 화학, 미생물로 인한 피해를 막는 생물학, 문화재의 구조적인 특성을 규명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재료공학 등 매우 다양한 영역의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반환된 외규장각 도서와 같은 서책의 경우 손상에 특히 약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에 문화재를 들일 때는 문화재의 성분과 재질, 구조 등을 분석한다. 분석에는 문화재가 손상되지 않도록 주로 적외선, 자외선, X선, 감마선 등 비파괴 검사방법을 사용하고 불가피하게 분석용 시료가 필요할 경우 극히 적은 양으로도 분석결과를 얻을 수 있는 초미량 검사방법을 이용한다.

분석된 정보는 문화재를 보존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찾아내고 원형을 복원하는 데 필요하다. 문화재 관리가 어느 정도 체계화된 지금은 재질별, 종류별로 최적의 보존방법이 확립되어 있지만 비단벌레 장식과 같은 일부 문화재는 아직도 적당한 보존환경을 알아내지 못해 글리세린 용액에 담가 보관하기도 한다.


종류별 보존처리 방법

문화재는 재질에 따라 화학적, 물리적 특성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재질별로 다른 보존처리 방법을 적용한다. 철, 구리, 주석, 금, 은 등의 금속유물은 부식이 가장 큰 적이다. 금속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여 산화물을 형성하고, 이렇게 생성된 녹은 쉽게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특히 금속유물이 땅 속에 있다가 발굴되면 갑자기 접촉한 공기 탓에 급속하게 부식이 진행되어 신속하게 전문기관으로 옮기지 않으면 손을 쓰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이 심해진다. 분석실로 옮긴 금속 문화재는 몇 가지 예비조사를 거쳐 표면의 녹과 이물질을 제거한 후, 안정화처리를 하여 재부식을 막는다.

안견,몽유도원도

안견의 몽유도원도. 수묵화 등 종이에 그린 회화 작품은 습도나 온도에 민감하다.


금속유물의 가장 큰 적이 화학적 변화라면 목재유물의 가장 큰 적은 물리적 변화다. 목재유물은 수분의 함유량 변화에 따라 뒤틀림과 같은 파손이 심각하게 일어날 수 있어 관리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출토 시점의 목재유물은 수분 함유량이 많아 이를 섣불리 건조시키면 목조직이 급격히 수축하여 균열 등 파손이 일어나기 쉽다. 이 때문에 목재유물은 내부의 수분을 폴리에틸렌글리콜 같은 물질로 대체하는 ‘치수안정화’ 처리를 한 후 수개월에서 수십 년의 시간을 들여 수분을 완전히 말린다.

외규장각 도서와 같은 서책들은 연구용 등으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기록한 뒤 보존처리를 한다. 한 연구원이 고문서를 마이크로필름으로 기록하고 있다.


박물관의 수장품 중 가장 많은 토기와 도자기는 화학적 변화에는 강하지만 충격에는 매우 약하다. 그래서 도자기를 보존할 때는 강화처리 작업 등을 통해 도자기의 강성을 높여서 쉽게 파손되지 않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거의 모든 도자기가 깨진 상태로 출토되는 까닭에 접착제와 실리콘 수지 등을 이용하여 깨진 조각을 이어 붙여서 복원한 후 채색하여 전시한다.


문화재는 한번 파손되면 다시 원형을 되찾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문화재 보존과학은 문화재 연구에 없어서는 안될 분야다. 현재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문화재를 보존할 수 있는 국가기관은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박물관과 대학연구소 등 20여 기관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에는 2010년 기준으로 3326점의 국가 지정문화재를 비롯하여 수십만 점의 문화재가 있고 해마다 1000점이 넘는 문화재가 출토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결코 여유 있는 숫자는 아니다. 최근의 문화재 반환으로 높아진 관심을 문화재 관리와 보존 기술에도 기울여보아야 한다.

글 | 김택원(동아사이언스 기자)
사진 | 동아일보 DB 자료제공_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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