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조끼에 숨은 과학, 케블라 섬유

“강철은 산업혁명을 일으켰고,
실리콘은 컴퓨터혁명을 일으켰으며,
자연은 섬유혁명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2003년 1월호 특집기사


일반적으로 섬유혁명이라고 하면 미국 듀폰(Dupont)에서 개발한 나일론 합성섬유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곧이어 *아라미드(Aramid)라는 탄소섬유를 개발하여 케블라(Kevlar)로 상용화시키면서 섬유혁명이 완성되었다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케블라는 5mm 정도 굵기의 가느다란 실로, 2t을 들어 올릴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은 이 신비로운 소재, 케블라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여기서 잠깐! *아라미드 섬유란 무엇인가요?
우리가 보통 섬유를 쭈욱~ 잡아당기면 늘어나다가 어느 순간 탁! 끊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강도 문제를 보강하여 고강도 소재로 산업용으로 개발된 대표적인 섬유가 아라미드입니다. 아라미드는 고리화합물(분자 속에 벤젠고리를 가진 유기화합물)이 85%이상 포함된 **폴리아미드(Polyamide) 섬유로, 인장강도나 내열성이 뛰어나며 고강력, 고탄성률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나일론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출처: 직접 그림

케블라는 폴리-아라미드라 불리는 고분자 화합물로 구성된 섬유의 일종입니다. 아라미드계 섬유는 크게 2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가수분해(hydroysis: 화학반응 중에 물 분자가 작용하여 일어나는 분해반응)가 일어날 때 떨어져 나가는 분자식을 기준으로 ‘Para’ 계열과 ‘Meta’ 계열로 정해집니다. Para 계열로는 내구성 위주의 케블라(Kevlar)가 있으며, Meta 계열로는 불이 잘 붙지 않는 노멕스(Nomex)가 대표적입니다.

대개 어떤 물질이든 발명된 후에는 실제 사용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게 되는데, 케블라의 경우 너무 강하여 녹일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용매에 녹여 성형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는데 475℃ 이하의 온도에서는 녹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듀폰의 연구원 스테파니 쿠오레크(Stephanie Kwolek)는 10년 연구 끝에 아라미드라는 섬유형태로 성형문제를 해결하면서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윤한식 박사팀이 미국·네덜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아라미드를 개발했으며, 1992년에는 아라미드 섬유의 단점인 역거동성(주위 온도상승에 따라 팽창하는 물질의 일반적 속성 반대로 온도가 올라가면서 수축하는 성질)을 없앤 新아라미드 섬유개발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카블라를 개발한 튜폰사의 스테파니 쿠오레크 연구원

케블라 섬유철과 같은 무거운 원소 보다는 탄소, 질소, 수소, 산소와 같은 가벼운 원소들을 기반으로 한 유기고분자를 사용하면 무게가 가벼운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제곱센티미터 당 1.4그램의 밀도를 가지는데 이는 세제곱센티미터 당 7.9그램의 밀도를 가지는 철에 비해 매우 가벼운 것입니다. 또한 고온과 화염에 대한 강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어 케블라 섬유 역시 고온의 열적 위험에 대한 안정성을 가집니다. 반면 물에 젖으면 강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별도의 방수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처 : @uberzombie / http://www.flickr.com/photos/uberzombie/1029296894


케블라는 강철보다 무려 다섯 배 이상 강하면서도 무게는 플라스틱 정도로 가벼운 것이 특징인데, 분자들이 늘어선 한 방향으로는 강도가 세지만 그 반대인 직각 방향으론 취약한 성질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물질을 섬유 형태로 만들어 엇갈리도록 짜면 어느 방향에서 힘이 오더라도 견딜 수 있는 강도를 유지하게 됩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충격에 대한 탄성도 좋아져 군사적 용도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방탄조끼나 철모 모두 케블라 섬유로 만들어진 제품이 대부분인데, 이 역시 총알의 위치에너지를 케블라가 열에너지와 위치에너지로 전환시켜 주는 원리가 적용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출처: @CORE-Materials / http://www.flickr.com/photos/core-materials/3841057548


케블라 섬유는 실, 스테이플, 펄프, 직물 등의 형태로 단독 사용되거나 다른 고분자나 시멘트의 복합재료에 보강재로 많이 사용됩니다. 군인이나 경찰관의 생명을 지키는 방탄복 및 방탄헬멧 이외에도 각종 자동차 및 산업용 벨트, 발암성 문제로 사용이 규제된 아스베스토스(=석면)의 대체품으로서 대형 자동차 및 항공기 브레이크, 항공기 타이어, 낚싯줄 및 선박용 로프, 날카로운 물체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장갑 및 의복 등에도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복합재료로는 비행기의 구조체, 해상보트, 테니스 라켓, 낚싯대 및 스키 등의 스포츠 용품 등에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케블라 섬유로 만든 방탄헬멧 (출처:직접촬영)


이 밖에도 초고속통신망용 광섬유 케이블 시장에도 케블라 섬유가 텐션멤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텐션멤버광섬유 케이블의 인장변형이 발행하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장치인데요, 광섬유는 지름이 0.1mm 정도로 극히 가늘어 인장력에 약해 설치 공사 중에 케이블을 끌어당기는 작업을 통해 변형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통신장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광섬유 케이블에는 보강재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때 튼튼하고 가벼운 케블라가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휴대폰의 고성능화에 따라 휴대폰에서 사용되는 전자부품을 집적할 수 있게 하는 수지다층기판에 케블라가 사용되기 시작해 대규모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탄복의 소재로만 생각되던 케블라 섬유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한 곳에 사용되고 있었는데요, 앞으로 과학의 발전이 또 어떤 신소재 개발로 이어져 우리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해 줄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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