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의 현주소와 전망
생각만으로 로봇을 움직이는 세상 온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가상현실 시스템 ‘매트릭스’는 접속한 사람들의 뇌에 직접 신호를 보내어 현실과 구분할 수 없는 생생한 가상현실을 만들어낸다.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는 감각과 근력이 기계로 강화된 인간이 등장한다. SF(Science Fiction)에서나 가능했던 이러한 기술이 실제로 가능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신기술을 어떻게 맞이하느냐다.


◀ 일본의 혼다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을 이용하여 아시모를 생각만으로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장치를 연구중이다. 조종자의 머리에 쓴 장치로 아시모에 명령을 보내고 아시모가 수집한 정보는 조종자에게 바로 전달된다.


1970년대 초반 캘리포니아의 대학교, UCLA에서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었다. 자크 비달을 비롯한 일군의 과학자들은 인간의 신경신호가 기본적으로 전기신호라는 데 착안하여 뇌와 기계를 직접 연결하려는 연구를 시작했다. 감각을 받아들일 때 뇌의 신경세포가 발생시키는 전기의 파형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컴퓨터 사이에 직접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연구한 것이다.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한다는 아이디어는 일견 황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1920년대 뇌의 전기적 신호를 포착하는 뇌파측정법(electroencephalography, 이하 EEG)이 발달하고 20세기 중후반 컴퓨터 공학이 급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출현할 수 있었다. 비달의 연구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 이하 BMI)라는 분야의 성립으로 이어졌다.

인간의 뇌와 기계를 연결해 의사소통 및 행동 가능
BMI는 사람의 뇌와 외부 장치간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초기 BMI 연구는 주로 장애인들에게 시각이나 청각을 되찾아주거나 질병이나 사고로 운동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왔다. 신경계를 다루는 일이 매우 까다로웠던 탓에 연구는 난항을 거듭했지만 신경외과 기술의 발달로 1990년대 중반에는 기계를 사람에게 직접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BMI 연구는 21세기 들어 급속히 발전했다. 신체 일부를 잃어버린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고성능의 안구나 달팽이관을 장착한다거나 강화된 인공근육을 이식하는 방식으로 사람의 인식능력과 운동능력을 강화하는 연구가 진행중인가 하면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계통의 퇴행성 질병을 치료하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정신질환 치료에도 활용된다.


최근의 연구 동향으로 보면 BMI 기술은 이미 상상으로나 가능하던 영역에 이르렀다. 미국의 고전 드라마, ‘600만불의 사나이’나 ‘소머즈’에서처럼 초인적인 청력과 시력을 얻는 정도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도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는 인간의 감각을 대체하는 장치와 뇌를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뇌와 컴퓨터 시스템을 직접 연결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BMI 기술의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워싱턴대학의 신경과학자, 라제쉬 라오의 연구다. 그는 간단한 심부름을 할 수 있는 로봇을 BMI 기술로 조작하여 장애인들을 돕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사용자의 머리에 장착한 전극을 통해 이 로봇의 카메라로 받아들인 정보가 직접 사용자의 뇌로 전달되고 로봇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는 로봇에게 생각만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감각과 운동을 사용자와 로봇이 공유하는 것이다. 일본의 혼다도 비슷한 연구를 추진하여 인간형 로봇 ‘아시모’를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프로젝트를 연구중이다.


심지어는 SF의 영역으로만 치부되었던 텔레파시와 비슷한 방법으로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중이다. 미국 국방부는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통해 ‘사일런트 토크’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사일런트 토크는 소리로 대화할 필요 없이 뇌파와 신경신호의 분석을 통해 전쟁터에서 병사들끼리 의사소통할 수 있는 장치다.

SF를 실현하는 기술…윤리적 문제 해결이 과제

뉴로피드백은 아이들의 학습장애를 치료하는 데 종종 이용된다. 뇌파를 측정하는 기구를 머리에 붙인 학생이 뉴로피드백 치료를 받고 있다.

과학자들은 BMI 분야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조지아공과대학의 뇌연구실 책임자인 멜로디 무어 잭슨 교수는 BMI기술의 한계를 알 수 없을 지경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연구 수준도 상상으로만 가능하던 일을 조만간 실현할 수 있을 수준으로 올랐다. BMI가 뇌파 분석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에 뇌파를 분석하여 최상의 뇌파 상태를 유지하도록 훈련하는 뉴로피드백(neurofeedback) 분야가 파생되기도 했다.


그러나 BMI 기술이 본격적으로 실용화되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BMI 기술이 실용화됐을 때 발생가능한 사회적, 윤리적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빈부격차 문제. 에모리 대학의 신경과학 교수인 마이클 크러처는 인공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감각과 운동능력을 강화할 수 있고 그 비용이 비싸다면 재산 차이가 신체 능력의 차이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BMI 기술이 사회적인 고려나 합의 없이 시장 논리만을 따라 거래된다면 부유한 사람이 유리한 신체적 능력을 독점해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 영화 ‘아바타’에서는 사고로 걷지 못하게 된 주인공이 인공적으로 만든 나비족의 몸을 빌어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과학자들은 현재 BMI와 뉴로피드백 분야의 발전상으로 볼 때 이와 비슷한 기술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또한 텔레파시와 같은 능력이 상용화되어 대중적으로 확산될 경우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나 감청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물론 텔레파시 기술이 당장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대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보편화된 지금도 인터넷에서의 프라이버시나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BMI 기술로 인한 논란을 해결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국과위, BMI 연구 기술영향평가 대상기술 선정
한국의 BMI 연구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지만 앞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집중 육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과위 과학기술정책국(국장 장진규)은 이에 대비하여 BMI 기술을 뉴로피드백과 함께 2011년도 기술영향평가 대상기술로 선정했다. 기술영향평가에서는 해당 기술의 발전으로 발생가능한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고 사회적, 윤리적인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는지 논의하고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모색한다. 최적인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해당 기술의 전문가는 물론, 경제, 사회, 문화, 윤리, 환경 등 다방면의 전문가와 일반 국민들도 참석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위탁실시하는 이번 기술영향평가는 현재 ‘평가실무위원회’를 운영중이다.


BMI는 ‘인류의 새로운 진화’라고 할 정도로 파급력이 큰 기술이다. 그만큼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아직 사람은 물론, 쥐의 뇌조차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가 뇌파로 해석한 뇌의 기능이 정확한지, 뇌의 기능을 감지하고 전기신호를 직접 전달하는 일이 안전한지와 같은 기술적 문제부터 인간과 기계의 경계는 무엇이며 자유의지의 범위가 무엇인지와 같은 철학적 문제까지 다양한 논의를 통해 BMI 기술 발전에 대비해야 한다. 이번 기술영향평가를 통해 합의점이 도출되면 BMI 기술의 향배를 파악하고 관련 정책을 세우는 데 유용한 참고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글 | 김택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사진 | 동아일보 DB
                                                                            출처 | FOCUS 11월호(www.nst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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