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당신의 뇌가 깜박인다?

일과가 끝난 후 좋은 사람들과 모여 마시는 한 잔의 술은 그 어떤 것보다 달콤하죠. 하지만 과도한 음주는 다음 날 전날의 일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필름 끊김’ 현상을 일으키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블랙아웃'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plastAnka / http://www.flickr.com/photos/plastanka/5506400863/



다양한
의미의 ‘블랙아웃’

사실, ‘블랙아웃’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선 의학 용어로서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일시적으로 기억이 끊기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흔히 ‘필름이 끊겼다’라고 말하는 현상을 지칭하고 있죠. 군사적 용어로는 '본격적인 미사일 공격에 앞서 한 발 또는 수발의 핵공격으로 적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말합니다. 또는 '전투기가 급상승 할 시에 발생하는 일시적인 시력상실'을 말한다고도 하네요.

@Sarah G.../http://www.flickr.com/photos/dm-set/3651344537

또, '광범위한 범위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정전'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단순한 정전과 달리 오랜 시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정전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합니다. 디자인상 보이지 말아야 할 부분을 검정으로 처리하여 보이지 않게 하는 방법을 지칭하는 용어 역시 ‘블랙아웃’이고요.

‘블랙아웃’, 그 원인은...?
이처럼 블랙아웃의 다양한 의미 중에서 오늘 다루고자 하는 것은 의학 용어로서의 블랙아웃, 바로 과도한 음주 후 발생하는 알콜 유도성 기억 장애 현상입니다. 음주 후 단기성기억상실증 또는 알코올성 단기기억상실증이라고도 부르는 ‘블랙아웃’은 기억상실은 있지만 의식의 소실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jesus-leon / http://www.flickr.com/photos/jesusleon/3984123831/


그동안 블랙아웃의 원인은 알코올로 인한 해마의 손상으로 추정되어 왔습니다. 해마는 '해마회'라고도 하며 기억의 형성과 저장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부위로, 열·압력·약물 등의 영향에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해마의 역할은 뇌세포들을 연결하는 것,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해마를 잘라내면 15초 전까지의 일까지만 기억하고 그 이후의 일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알코올이 체내에 흡수되면 이때 발생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해마를 손상시켜 기억의 저장을 방해하게 됩니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지게 되는데 우리의 뇌는 다른 장기들보다 산소와 피의 공급량이 많기 때문에 뇌세포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알코올에 의해 손상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블랙아웃 현상은 술 마시는 양과 속도에 비례해 발생한다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최근 이와는 다른 내용의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관심을 모았습니다.

@GreenFlames09 / http://www.flickr.com/photos/greenflames09/100782021/


'저널 알코올 중독 : 임상 및 실험연구 저널(journal Alcoholism : Clinical & Experimental Research)' 6월호에 발표될 예정인 미국 펜실베니아 연구팀의 블랙아웃 연구결과에 따르면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블랙아웃 증상을 겪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연구에서 말하는 블랙아웃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팀은 블랙아웃을 경험한 적 있는 학생 12명과 그렇지 않은 학생 12명의 음주후 뇌 MRI 사진을 비교했는데요, 그 결과 음주 전에는 이들의 뇌 활동 패턴이 매우 비슷했지만 음주후에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는 유달리 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뇌를 가진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는데요, 연구를 이끌었던 리건 R. 웨더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는 "블랙아웃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알코올 등 어떤 특정 성분에 반응하는 뇌를 가지고 있거나 도파민 분비량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며, "뇌의 인지력과 기억력을 담당하는 부위에 화학적인 변화가 발생해 '블랙아웃' 현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 했습니다.

@Imagens Evangélicas / http://www.flickr.com/photos/imagensevangelicas/6339939867/


또한 블랙아웃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의 뇌는 소량의 술을 마셔도 금방 취하거나 기억을 잃을 수 있고, 술을 많이 마실수록 증상은 더 심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블랙아웃 현상의 정확한 원인은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과도한 음주는 어떤 의미에서든 좋지 않으며,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겠죠. 알코올성 치매의 첫 신호라고도 하는 ‘블랙아웃’. 적당량의 술과 여유로운 시간으로 건강한 음주생활을 즐기세요~

* 브라운 아웃(Brown Out)
음주 후의 부분기억상실 증상을 말한다. 당시의 기억에 대한 힌트를 주면 몇몇 장면을 기억하는 현상.


 

블로그 이미지

굿가이(Goodguy)

우리 생활 속 과학이야기


안녕하세요^^ 국과위 블로그 기자 최형일 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궁금해 할 과학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여러분, 드라마 겨울연가, 시크릿가든, 영화 메멘토 다들 보셨죠?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기억상실증입니다!
드라마 겨울연가 초반 남자주인공 준상은 기억을 잃고 민형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시크릿가든에서는 21살 때의 기억을 잊고 사는 남자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드라마 후반에는 연인인 라임의 존재를 잊는 장면도 나옵니다. 또, 영화 메멘토에서 주인공 레너드는 아내가 강간당하고 살해되던 날의 충격으로 기억을 10분 이상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였죠. 
이렇게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기억상실증, 과연 현실에서도 정말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잃어버린 기억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일까요?

1. 기억이란 무엇인가? 

kbs 드라마 겨울연가 캡처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 캡처













기억(Memory)
생물체가 살아가면서 경험한 것을 뇌의 특정한 부위에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에 따라 끄집어내어 사용하는 정신활동능력입니다. 다시 말해 암기한다! 외운다! 그리고 필요시 다시 꺼내어 쓴다! 라는 말이죠. 기억에는 감각을 받아들여 기억하는 매우 짧은 기억인 감각기억이 있으며, 이 감각기억에 집중할 시에는 단기기억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즉, 주의집중하고 있는 순간에 한해 존재하는 기억들을 말하며 이런 의미로 ‘작업기억’ 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단기기억 또한 그것을 계속 반복하거나 장기적으로 이동시키지 않으면 5~10분 후에는 잊어버리게 됩니다.
장기기억은 '기억창고'라고도 하며 기억체계의 가장 큰 구성요소로서, 장기기억의 저장 공간은 실제 무한대라고 합니다. 또한 장기기억은 의식적인 사고가 아니면서 잠재적인 기억을 위해 저장되는 정보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억에 주된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로는 주의력, 스트레스, 불안 및 우울, 피로, 신체적 질병, 시각 및 청각장애, 과도한 알코올 섭취 및 영양결핍 등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억은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점차 주의집중 및 새로운 학습이 힘들어지며 익숙했던 단어가 생각나지 않고 장기기억의 회상이 지연되지만 경험을 통한 지식은 축적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2. 기억 상실증이란 무엇인가?

‘다양한 뇌손상으로 인해 생기는 망각’ 정도로 정의할 수 있으며, 사물을 기억하거나 과거의 경험을 생각해내는 일이 어렵거나 아주 불가능한 상태를 말합니다. 기억상실증의 원인으로는 뇌졸중, 뇌진탕, 지나친 음주, 뇌염, 뇌수술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던 드라마 겨울연가나 시크릿가든,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큰 사고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경험하거나, 신체적으로는 넘어지거나 머리를 맞아 뇌에 충격이 가해진 후 기억을 잊어버리는 증상을 기억상실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억과 연관되는 뇌부분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되는 기억상실증의 유형에는 역행성 기억상실증과 순행성 기억상실증이 있습니다. 역행성 기억상실증은 뇌의 손상이 발생하기 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며, 순행성 기억상실증은 뇌의 손상이 발생한 이후의 일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3. 준상이 걸렸던 기억 상실증은?

kbs드라마 겨울연가 캡처(www.kbs.co.kr)

드라마 겨울연가의 준상이 걸렸던 기억 상실증은 '역행성 기억상실증'으로 사고가 나기 이전의 사건들을 기억해 내지 못한 경우를 말합니다. 준상은 18살 때 교통사고로 인해 유진과 사랑했던 기억을 잃었고, 뇌에 외상적 손상이 가해져 그 충격으로 기억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 기억상실증의 특징은 대부분 뇌손상 시점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의 일은 기억 못하지만 아주 오래된 일들은 잘 기억한다는 것인데요, 겨울연가에서는 이상하게 준상이라는 이름까지 잃어버리면서 그 이전의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 정도면 거의 대뇌의 기억부분이 모두 손상됐다고 할 수 있는 정도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 합니다.
하지만 증상도 사람마다 모두 달라서 뇌손상 시점 부근의 일만 기억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수십 년 전의 일까지도 기억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고 하니, 이렇게 보면 현실적으로는 힘들어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 도 있다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이 기억상실증은 충격이 심할수록 망각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때로는 충격이 심하여 자신의 이름이나 가족, 주소 등 과거를 완전히 망각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기억상실의 증세가 심하더라도 며칠이나 몇 주가 지나고 나면 사고 이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대부분 기억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억과 관련한 적절한 단서를 주면 어느순간 대부분 기억해 낼 수 있죠. 그러므로 역행성 기억상실증은 장기기억에 저장된 내용은 상실되지 않았지만 그것을 끄집어내는 시스템에 혼란이 생긴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주원이 걸렸던 기억 상실증은?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 캡처(www.sbs.co.kr)

시크릿가든 주원이 걸렸던 기억상실증은 ‘해리성 기억상실증’으로, 과거 ‘심인성 기억상실증’이라고 불리던 장애입니다. 이는 이미 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개인에게 중요한 정보, 특정 사건 등을 갑자기 회생시키지 못하는 장애인데요. 단순한 건망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태이며 뇌기능 장애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뇌의 이상이나 약물중독과 무관하게 생기며, 남자보다 여자가, 노년층보다는 청년층에 많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일으킨 특정 사건이나 학대 등의 고통스러운 감정경험, 심리적 갈등에 의하여 발생합니다.
또한 해리성 기억상실증은 심적 자극을 준 부분을 선택적으로, 혹은 사건 전체를 기억 못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광범위한 과거의 기억에 대한 기억상실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거에 습득했던 지식 및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식 및 지각은 그대로 유지되므로, 드라마에서도 21살 때 겪은 엘리베이터 사건만을 기억하지 못할 뿐 살아가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던 것이죠. 그러나 드라마에서처럼 당시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해도, 당시의 사건으로 인해 생긴 후유증(공포증)이 인생의 트라우마로 남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5. 기억상실증 치료하려면? 

기억상실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환자의 기억상실증이 어떤 요인으로 인해 발생된 유형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후 이 유형에 따라 약물을 사용하거나 심리 치료, 최면치료를 병행하게 되는데요, 만일 환자의 기억상실증이 심인적인 것에 기원한 것이라면 최면으로 환자가 기억을 봉인해버린 이유를 알아내어 그에 맞는 적절한 심리 치료를 하거나, 아예 최면을 통해 의식 속에 잠들어 있는 기억을 회복시킬 수도 있습니다. 또 심리치료를 통해 환자의 정신적 충격을 보듬어주면 기억이 회복되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환자에게 스트레스를 줄 만한 것이 있는지 알아보고 되도록 환자를 그런 것에서 피하도록 해야 합니다. 잃어버린 기억은 대부분 어느 순간 갑자기 돌아오기도 하는데, 보통 돌아올 때는 대부분 모든 기억이 완전하게 돌아오고 후유증 역시 없다고 합니다. 
 
기억상실증! 알면 알수록 더 알 수 없는 병인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기억상실증은 긴장감과 궁금증을 자아내는 소재임에는 틀림없지만, 과유불급이라 했으니, 좋은 소재라고 해도 적당히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시청자들이 기억상실증에 대해 오해하지 않도록 그 내용을 정확히 조사한 후 소재로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블로그 기자 최 형 일

블로그 이미지

굿가이(Goodguy)

우리 생활 속 과학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