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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포스텍 6대 총장

"세계적 연구기관 도약 위해 수월성 문화 정착시키겠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립 이공계 고등교육기관인 포스텍이 새 총장을 맞았다. 포스텍은 영국 일간지 타임스의 2010년 세계대학평가에서 28위를 차지하는 등 최근 그 발전상이 두드러진다. 포스텍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한 단계 도약을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총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대학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교육입니다. 그런데 포스텍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대학들은 교육은 무시하고 대학원생 위주의 연구에만 치중하고 있더군요. 교과과정도 20년 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건학이념인 ‘세계적인 리더 배출’을 위해서는 교육과 연구가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김용민 포스텍 신임 총장(58)은 7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 총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 달여간 학교를 둘러본 소감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고 학부 1, 2학년생들을 연구에 적극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다. 그것이 곧 교육을 강화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는 그가 교육과학기술부 간담회에서 피력했던 ‘수월성 교육 강화’라는 부분과 맞닿아 있다.

“세계 톱 대학으로 가려면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포스텍에는 시설, 공간 등 하드웨어는 많이 갖춰져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강화를 위해 ‘수월성(excellence)’을 추구하는 문화를 만들겠습니다.

첫 외부 영입 총장…교수·학생 경쟁력 강화
김 총장은 1982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 교수로 지내다 지난달 5일 포스텍 6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포스텍 측은 그가 1999년부터 8년간 워싱턴대 생명공학과 학과장으로 일하면서 학과 평가순위를 미국 5위로 끌어올린 점 등을 인정해 개교 25년 만에 처음으로 총장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김 총장은 1975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전자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멀티미디어 비디오 영상처리, 의료진단기기, 의료영상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그는 1996년에 미국전기전자학회IEEE의 펠로우로 선임됐으며 2005년부터 2년간 미국 의학 및 생물학협회 EMBS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포스텍은 교수 대 학생 비율이 1 대 5로, 교육과 연구를 합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며 “연구 잘하는 글로벌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학부 1학년부터 교수 연구팀에 참여하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우선 가능한 연구실부터 실시하고 2년 내에 필수과정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학부 3, 4학년생을 대학원 연구에 참여시키는 대학이 일부 있지만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포스텍이 처음이다.
“1, 2학년생이 처음부터 연구성과를 내지는 못하겠지만 연구가 무엇인지 지켜보고, 생활 속에서 교수와 선배들의 지도를 받으면 3, 4학년을 지나 대학원생이 될 때 스스로 연구할 역량이 갖추게 될 겁니다.”

7년의 건설기간이 걸려 1994년 12월 완공국내 유일의 입자가속기인 포항방사광가속기.
오랜 기간의 노력으로 포스텍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시설을 구축할 수 있었다. 남은 과제는 세계적 수준의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1학년부터 교수 연구팀 참여…연구가 뭔지 가르칠 것”
또한 수월성을 바탕으로 핵심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학이 투자를 할 때 잘 하는 것을 중심으로 육성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대체로 공평하게 나누는데 집중하기 때문에 수월성을 인정하는 문화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 총장은 학교 본부, 연구실에서 수월성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면 10~20년 안에 한국 과학이 세계 최고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수월성을 추구하다 보면 교수들의 월급도 성과에 따라 다를 것”이라면서 “워싱턴대에서는 최대 3배까지 차이가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육과 연구가 조화를 이루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김 총장은 잠재력을 갖춘 신입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10월 말 진행되는 수시전형 면접에 직접 입학사정관으로 참가했다. 그는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나’, ‘학문적 열정을 갖췄나’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고한다. 연구에서는 성공보다 실패가 많기 때문에 용기와 창의력으로 도전하는 것이 성적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김 총장은 학교 발전을 위해서는 교수, 학장 등의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권한이 총장이나 일부 교수들에 편중돼 있으면 안된다”며 “교수와 학생, 학교에 골고루 분산시켜 시너지를 극대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력한 소프트웨어는 우수한 연구성과로 연결된다. 포스텍 강관형 교수팀이 미국 메사추세츠공대 한종윤 교수팀과 함께 개발한 이온교환막은 거대한 담수화 플랜트 없이도 바닷물을 민물로 바꿀 수 있다.

자율성과 효율성 살린 새로운 문화 정착 추진
무엇보다 그는 새로운 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를 바꾸어야 한다는 얘기다. “포스텍은 아시아 톱 대학이긴 하지만 아직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하려면 갈 길이 멉니다. 그렇게 하려면 문화가 바뀌고, 대학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김 총장은 개혁을 급속도로 추진하지 않을 예정이다. 성과를 보이기 위해 일을 하다보면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보이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실시하진 않을 생각이며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필요한 것을 하겠다”며 “문화를 바꾸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수와 학교, 학생이 하나가 돼 ‘생각은 글로벌하게 행동은 로컬하게’를 바탕으로 연구중심 대학으로 거듭나는데 노력하겠습니다.” “서두르지 않을 겁니다. 20년 뒤 포스텍 출신이 세계적인 인재로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 총장은 임기 내 단기적 업적보다는 얼마나 단단한 기반을 마련하는지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교수들은 포스텍을 믿고 학생들의 롤모델이 되며, 학생들이 자신의 자질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총장은 새로운 인재상을 확립하고 포스텍의 변화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앞으로 교수와 재학생의 의견은 물론, 고등학생과 학부모의 의견까지도 수렴할 계획이다.

글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 사진 동아일보 DB
출처 | FOCUS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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