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화학상 수상자 콘버그 교수와의 만남

얼마 전 KIOST에서 주관하는 200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로저 콘버그(Roger D. Kornberg) 교수의 강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콘버그 교수는 스탠포드 의과대학 교수 겸 건국대학교 석학교수로 재직 중인 분입니다. 만약 생물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콘버그효소’ 라는 것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콘버그 교수는 분자생물학의 핵심인 Central Dogma 이론에서 DNA가 RNA로 변하는 전사과정을 밝혀냄으로써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Central Dogma가 뭐야?’ ‘DNA가 RNA로 변하는 건 또 뭐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지금 여기서 이 이론을 설명하면 아마 제 글을 읽기 싫어하실 것 같으니 이 과정은 생략하겠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DNA가 RNA로 변하는 과정에서 효소가 작용하는데 이 효소를 발견한 사람이 콘버그 교수입니다. 그래서 자기 이름을 따서 ‘콘버그 효소’라고 부른 것이죠.

자 그럼 콘버그 교수의 강연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아볼까요?

이번 콘버그 교수의 강의는 KIOST에서 주관한 강연회 입니다. KIOST는 구 한국해양연구원을 말하며 2012년 7월부로 국토해양부로 옮겨지면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여러 가지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고등학생들에게 전하는 콘버그 교수의 강의입니다.

안산에 위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대강당에는 콘버그 교수를 환영하는 문구와 강연 배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강연 시작이 3시부터였는데요. 저는 10분 일찍 도착하여 현장을 촬영하였습니다.

벌써 현장에는 많은 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대강당에는 자리가 없어서 이렇게 대강당 밖에 의자를 설치하여 더 많은 학생들이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습니다. 밖에서 보는 학생들의 열정이 느껴지네요!! 자랑스러운 한국의 과학도들이죠?


이번 강연은 순전히 학생들이 자진하여 신청하였는데요, 물론 담임선생님이 강연 공고를 보고 학생들에게 들려주면 좋을 것 같아 단체로 신청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밖에서는 이렇게 영상으로 강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밖에 있는 학생들도 대강당의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 감독님들도 보이네요.

모든 소개가 끝나고 드디어 노벨상 수상자 콘버그 교수가 단상에 올랐습니다. 콘버그 교수는 한국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영어로 강연이 진행되었는데요. 고등학생들이 주 청중이다 보니 콘버그 교수님의 제자분이 직접 통역을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고등학생들이 어려움 없이 강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1. 콘버그 교수의 학창시절 이야기


콘버그 교수는 강연을 듣는 고등학생들에게 자신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했습니다. 콘버그 교수는 학창시절 고등학교 화학수업에서 금속의 산화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 수업에서 콘버그 교수는 구리와 황산을 섞는 실험을 했는데 구리가 황산과 섞이면서 푸른빛을 띠는 것을 보고 매우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날의 실험을 계기로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면서 여러 가지 과학실험을 하게 되었고, 대학에 들어가서 세포막의 인지질 층이 확산되는 실험을 한 후 석·박사 시절 NMR을 이용하여 단백질 구조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고 합니다.

2. 노벨상으로 이끈 실험


콘버그 교수는 DNA에서 RNA로 전사되는 과정을 밝힘으로써 노벨상을 받았지만 자신은 그것보다도 그 전에 실험했던 ‘히스톤 단백질’에 대한 연구가 더욱 감명 깊게 남았다고 말합니다. 우리 몸에 있는 염색체는 길이가 10nm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DNA는 길이가 1m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1m나 되는 DNA가 염색체 안에 있어야 한다면 엄청나게 꼬이고 꼬여서 압축되어 있다는 것이 되겠죠. 그래서 콘버그 교수는 DNA가 어떻게 그렇게 압축될 수 있는지 실험을 하였다고 해요.

솔직히 이 실험을 하기 전 콘버그 교수 이외에도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밝히려고 노력했으며, 그 기간만 해도 1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밝혀내지 못한 것이죠. 그것을 알면서도 콘버그 교수는 이것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으며 이것을 밝힘으로써 우리 인류에 크게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DNA는 히스톤이라는 단백질에 묶여 있는 구조이며 히스톤 단백질은 H1, H2A, H3A, H4와 같은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X-ray 크리스털 공법’으로 밝혀내게 되었습니다. 콘버그 교수는 100년 동안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가 자신에 의해 풀릴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번 강의는 과연 한국에서 하는 강연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콘버그 교수와 학생들 간의 소통이 원활했습니다. 콘버그 교수는 강연 중간 중간 질문을 받았는데요, 제가 참여했었던 지난 강연들과는 달리 많은 학생들이 손을 들고 질문을 하였습니다. 제가 고등학생일 때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이제 정말 좋은 분위기로 강연이 진행되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학생들의 질문은 매우 다양했는데요, 여기서는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Q. 한국에는 아직 노벨상이 없는데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가요?
A. 노벨상 수상의 키워드는 ‘인내’와 ‘꾸준함’입니다. 그것이 없다면 절대 노벨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과학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연구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위해 계속해서 연구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입니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와 있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한국 같은 경우 반세기만에 엄청난 과학발전을 이룬 나라입니다. 노벨상의 역사는 100년이 넘습니다. 이제 한국도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기술력 또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곧 한국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Q. 연구 분야를 정하고 목표를 세우는데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A. 좋은 질문입니다. 과학을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연구 분야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번 정한 연구주제가 평생의 연구주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는 석·박사 과정에서 연구 분야를 ‘NMR을 이용한 단백질 구조분석’으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박사과정을 마치고 나서 박사 후 과정에서 NMR이 아닌 ‘X-ray 크리스털 공법’을 이용한 단백질 구조분석으로 바꾸었습니다.
NMR은 핵자기공명을 이용한 구조분석인 반면 X-ray 크리스털은 말 그대로 X-ray를 이용하여 구조를 밝히는 것입니다. 저는 NMR 이외의 단백질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NMR 이외에도 X-ray 크리스털 공법과 같은 실험을 추가로 더 공부하고 배웠습니다. 현재 여러분들에게 정말 추천해드리고 싶은 것은 다양한 연구를 해보라는 것입니다.
Q. 아버지 또한 노벨상 수상자이신데 아들로써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나요?
A. 저희 아버지는 저에게 자신이 노벨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숨기셨습니다. 아무래도 과학을 공부하는 자식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 아버지가 노벨상 수상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석·박사과정을 하면서 아버지의 노벨상 수상을 믿게 되었고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몸소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아버지가 정말 존경스러웠으며 학창시절 아버지께서 노벨상 수상자라는 것을 숨겨주신 데에 큰 감사를 표하고 있습니다.
Q. 혹시 콘버그 교수님의 자식들도 과학을 전공하나요?
A. 하하하~ 전혀 아닙니다. 저는 아들 2명과 딸 1명이 있는데요, 큰 아들은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고 둘째 딸은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막내아들은 16살인데 야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웃음)
Q. 연구가 잘 되지 않아서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였나요?
A. 당연히 연구가 잘 안되면 힘들곤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냥 이 연구 자체가 잘되든 안 되든 재미있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마음가짐이 저를 노벨상으로 이끈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들도 정말 자신이 원하고 재미있어하는 분야를 꼭 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아무리 힘들어도 극복이 될 것이며 오히려 힘들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정말 엄청나게 많은 질문들이 오고 갔습니다. 예정된 강의 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열의가 가득했었죠. 지체된 시간에도 불구하고 콘버그 교수님은 학생들의 질문을 최대한 받기 위해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렇게 학생들의 질문이 끝나고 강연이 종료되자 학생들은 열렬한 박수로 콘버그 교수의 퇴장을 빛내주었습니다.

운 좋게도 저는 학생들이 전부 나가고 따로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남아 사진을 찍어준 콘버그 교수에게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생명과학이 전공이 저에게는 쉬운 강의였지만 콘버그 교수의 연구에 대한 열정을 들을 수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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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 속 과학이야기

[화학상]

실험실에서 쫓겨난 과학자, 노벨상을 받다

소금이나 금속 같은 고체는 원자나 원자군이 일정한 모양으로 연속해서 배열된 물질이다.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원자나 원자군이 대칭구조를 이루며 주기적으로 배열돼 공간을 꽉 채운 모양이 나타난다. 이런 물질이 ‘결정질 물질’이다. 만약 원자가 규칙적인 배열 없이 무작위로 섞여 있다면 ‘비정질 물질’이라고 부른다. 유리가 대표적이다. 즉 고체는 결정질 물질 아니면 비정질 물질 둘 중 하나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2011년 노벨 화학상의 주인공인 단 셰프트만 이스라엘공대 교수는 결정질도, 비정질에도 속하지 않는 물질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이단시되며 학계에서 쫓겨나기까지 했으나 후에 이 주장은 사실로 밝혀졌다. 그가 발견한 것은 결정질 물질과 비정질 물질의 중간인 준결정 물질이었다.

단 셰프트만 이스라엘공대 교수

정설을 뒤집은 새로운 발견, 그러나 무시당한 발견
1982년 4월 8일, 셰프트만 교수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당시 국립표준국)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있을 때다. 그는 그날도 어김없이 전자현미경으로 합금의 결정구조를 관찰하고 있었다. 중량기준으로 20%의 망간이 섞여있는 알루미늄 합금의 결정구조를 관찰하던 중 원자 배열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회절패턴이 5회 대칭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5회 대칭구조를 가지는 결정은 없다는 게 당시의 정설이었다.

셰프트만 교수 자신도 실험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같은 실험을 반복하고, 다른 각도에서 찍어 봐도 마찬가지였다. 고민 끝에 동료들에게 이 결과를 말했지만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그의 소속 연구실은 연구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그를 퇴출시켰다. 그러나 셰프트만 교수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이 결과를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의 존 칸 박사와 함께 물리학 분야 과학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발표했다. 이후 학계에서는 이런 원자 구조를 가진 결정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논쟁이 벌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과학자들도 준결정을 속속 발견하기 시작하면서 결정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했다.

원하는 성질의 금속을 디자인하다

준결정 강화 마그네슘 합금은 가벼우면서도 단단해 초경량 비행기의 재료로 쓸 수 있다.

준결정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구조가 결정질 물질과 비정질 물질의 중간이다. 따라서 두 물질의 성질을 모두 갖고 있다. 결정질 물질처럼 단단하면서도 비정질 물질처럼 열이나 전기를 잘 전달하지 않는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준결정으로 면도날이나 프라이팬의 코팅재, 엔진을 보호하는 단열재 등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준결정 자체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준결정의 구조만 빌려 금속합금을 새로 설계할 수도 있다. 결정의 구조를 마음대로 조작함으로써 원하는 특성의 금속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준결정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금속의 조성이나 제조공정을 바꿔 합금을 강하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비행기나 자동차, 교량 어디에 쓸지에 따라 필요한 물성대로 금속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준결정이 소재 분야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글 | 김도향 연세대 교수, 준결정체로 창의연구단 단장

[생리의학상]

선천성-후천성 면역 연결고리 찾아내

우리 몸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있다. 심지어는 몸을 구성하는 세포보다 더 많은 수의 미생물이 있다고 할 정도다. 이들 미생물 중에서는 소화를 돕거나 각질을 먹는 유익한 것들도 있지만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도 있다. 그래서 지구에서 살아남으려면 외부 미생물이 침입했을 때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싸움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이 면역학이다.

면역계 경종 울리는 ‘미생물 단백질 감지기’

故 랠프 슈타인만

면역은 크게 선천성 면역과 후천성 면역(적응성 면역, adaptive immune)으로 나뉜다. 병원균이 처음 침투했을 때 우리 몸의 선천성 면역계가 즉각 인지하고 반응한다. 하지만 2~3주가 지나거나 동일한 병원균이 다시 침입했을 때 우리 몸은 더 빠르고 더 강력하게 병원균을 무찌른다. 후천성 면역계가 병원균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천성 면역계는 우리 몸속에 이미 존재하면서 외부에서 병원균이 침입할 때를 대비한다. 피부나 점막에서 병원균이 들어오는 것을 막거나 침이나 위액에 분비물을 내보내 병원균을 죽인다. 대식세포나 호중성구, 수지상세포 같은 먹보 세포들이 출동해 병원균을 감싸 흡수하듯이 잡아먹거나 자연살생세포 같은 킬러가 병원균을 죽인다. 이 세포들은 모두 백혈구다.

먹보 세포들은 어떻게 병원균을 알아볼까. 이것이 이번 노벨상의 핵심이다. 미생물에는 병원균임을 알리는 단백질이 붙어 있다. 먹보 세포는 바로 이것을 감지한다. 먹보 세포에게는 TLR(톨 유사수용체)이라 불리는 ‘미생물 단백질 감지기’가 있기 때문이다. TLR이 미생물 단백질을 감지하면 선천성 면역계에 병원균이 들어왔다는 경보를 울린다. 호프만 교수는 초파리를 이용한 실험으로 가설로만 존재하던 TLR을 발견했다.

강력한 면역 반응 부추기는 수지상세포

브루스 보이틀러

율레스 호프만
















발표 사흘 전에 작고한 랠프 슈타인만 박사는 선천성 면역과 후천성 면역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인 수지상세포를 발견했다. 수지상세포는 나뭇가지가 뻗어 있는 것처럼 생겨 이런 이름이 붙었으며, 혈액이나 림프, 피부, 조직 등 우리 몸 전체에 퍼져 있다. 슈타인만 박사는 호프만 교수와 보이틀러 교수가 TLR을 발견한 것(1990년대)에 앞서 1970년대에 이미 수지상세포를 발견했다.
그는 후천성 면역세포, 즉 B세포와 T세포가 어떻게 병원균이 침투했음을 알아내는지 연구했다. 이들 세포는 감염되자마자 즉각 반응하는 세포가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가 병원균의 침입을 알리고 활성화시킨다고 생각한 것이다. 수지상세포는 병원균이나 종양을 발견하면 잡아먹고 분해한 뒤 T세포에 이를 알렸다. T세포를 활성화 시켜 더 빠르고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은 서로 다르게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던 두 면역계가 실제로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기존 면역학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이들의 발견은 면역 활성 단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게 했으며, 선천성 면역이 후천성 면역을 활성화하는 원리를 응용해 감염 질환을 예방하는 백신이나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의학 혁명으로 이어졌다.

                                                                                                     글 | 이원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출처 | FOCUS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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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 속 과학이야기

2011 노벨과학상 들여다보기
세상의 이치를 파고들어 상식을 뒤집다

올해도 다양한 화제를 낳았던 노벨 과학상이 모두 발표됐다. 각 분야의 수상업적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깊이 파고들어 상식을 뒤집은 과학자들이 상을 받은 것이다. 과학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노벨상이 선택한 주인공들을 통해 과학연구의 최신 흐름을 살펴본다.

확정된 수상자들은 12월의 노벨상 시상식에서 정식으로 노벨상을 수여받는다. 사진은 2010년 노벨상 수상자 강연.

“이자는 5등분하여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나 발명을 한 사람, 화학분야에서 중요한 발견이나 개발을 한 사람, 생리학 또는 의학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을 한 사람, 문학분야에서 이상주의적인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쓴 사람, 국가 간의 우호와 군대의 폐지 또는 삭감과 평화회의의 개최 혹은 추진을 위해 가장 헌신한 사람에게 준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이 속죄하는 마음으로 제정한 노벨상은 과학기술과 세계 평화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큰 명예를 안겨주어 인류 문명의 발전에 공헌하고 있다. 노벨상이 제정된 이래, 인류에 큰 기여를 한 연구와 발명을 선별하여 최초의 아이디어를 고안하거나 발견한 사람이 노벨상의 영광을 얻었다. 그래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거나 기존 이론을 탄탄하게 보강하는 결정적 연구들이 노벨상의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에 확정된 노벨상 수상자들은 독특한 면이 있다. 기존의 믿음을 깨는 연구를 했기 때문이다.

2011년 노벨물리학상의 주인공은 ‘SN1a’라고 알려져 있는 초신성을 관측하던 두 연구단체의 책임자들이다. 솔 펄머터가 1988년부터 이끌던 ‘초신성 우주론 프로젝트(Supernovae Cosmology Project)’와, 1990년경부터 브라이언 슈밋과 애덤 리스가 함께 주도한 ‘High Z SN Search Team’은 최초로 우주의 가속팽창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화학상준결정질 물질을 발견한 단 셰프트만 이스라엘공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셰프트만 교수가 학계의 인정을 받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기존의 화학 상식과 어긋나는 셰프트만 교수의 발견은 학계에서 강한 비판을 받았지만 나중에 그의 주장은 사실로 밝혀졌다. 셰프트만 교수는 금속재료 분야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라는 명예도 함께 얻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면역학계에서 나왔다. 면역학은 그간 1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만큼 중요한 분야다. 룩셈부르크 출신인 율레스 호프만 프랑스 분자세포생물학연구소 교수, 미국의 브루스 보이틀러 스크립스 연구소 유전학과 교수, 캐나다의 랠프 슈타인만 박사가 그 주인공으로 이들은 선천성 면역체계를 밝히는 한편 세균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면역계에 알리는 수지상세포를 발견했다.

[물리학상]
                    ‘인류는 여전히 모른다’에 준 물리학상

우주가 빅뱅이라는 폭발적인 사건으로부터 갑자기 공간이 늘어나는 인플레이션 단계를 거쳐 탄생했다는 것이 현재의 정설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주공간에는 빅뱅으로 인한 에너지가 남아 우주의 모든 방향으로부터 고르게 검출되는 ‘우주배경복사’가 존재한다. 우주배경복사는 여러 관측으로 그 실체가 확인되어 과학자들은 우주의 표준모형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물리학상의 주인공인 브라이언 슈밋과 애덤 리스, 솔 펄머터의 연구는 탄탄해 보이던 우주표준모형을 전면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게 만들었다. 기존 우주모형에서는 우주의 팽창이 점차 느려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번에 수상한 두 연구단체는 초신성 관측을 통해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솔 펄머터

표준우주모형을 수정하는 것은 이들의 원래 의도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거리를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초신성의 성질을 이용하여 우주가 어느 정도로 팽창속도가 느려지고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 그런데 막상 관측이 끝나자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그것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와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초신성 관측 통해 우주 팽창 입증…기존 정설 반박
우주를 바둑판, 은하를 바둑돌이라고 생각해보자. 바둑판이 점으로부터 폭발하듯 생긴 빅뱅 이후 바둑판은 계속 넓어졌다. 자연히 바둑판의 격자들의 간격도 늘어났지만 바둑알 자체의 크기는 변하지 않고 바둑판 위에 얹혀 있다. 즉, 우주는 계속 커지고 있지만 은하 자체는 크기가 커지지 않으면서 은하 사이의 거리만 늘어난다는 뜻이다.

브라이언 슈밋

애덤리스













표준우주모형에 따르면 은하 자체가 팽창하지 않고 모양을 유지하도록 붙잡아주는 중력이 우주 전체에도 작용하여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가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가 보여주었듯 우주가 계속해서 빠르게 팽창하려면 중력의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힘, 척력이 존재해야 한다. 이런 척력을 처음 우주론에 도입한 사람은 아인슈타인이었다. 우주 팽창이 발견되기 이전에는 팽창하지도, 수축하지도 않는 정적인 우주를 믿었는데, 우주가 정적이려면 중력에 저항하는 척력이 필요했다.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라는 개념을 고안하여 이를 해결했으나 허블이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우주상수는 쓸모없는 사족이 되고 말았다. 문제는 가속팽창이 확인된 이상 우주에는 척력이 필요하고 우주상수가 다시 필요해졌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우주가속팽창이 ‘암흑에너지’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암흑에너지는 말 그대로 아직 관측되지도 않았고 정체도 모르지만 우주가 팽창할 수 있도록 척력을 일으키는 에너지다. 이번 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연구는 암흑에너지가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기존 이론의 한계가 존재하며 이를 넘어서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글 | 송용선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
                                                                                                         엮음 | 김택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출처 | FOCUS 11월호

다음 시간에는 노벨화학상,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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