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과학자와 젊은 과학자간 소통의 현장
린다우에서 노벨상을 꿈꾸다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의 국경을 이루는 보덴제호에 있는 인구 3만여 명의 작은 도시 린다우에서는 매년 특별한 회의가 열린다. 그해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들과 세계 각국의 젊은 과학자, 학생들이 모여 서로의 지식을 교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아직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첫 노벨상 수상을 꿈꾸는 젊은 과학도들에게는 이번 린다우 회의 참석이 무엇보다 값진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린다우 회의의 노벨상 수상자와의 만남과 함께 펼쳐진 실내악 공연. 과학기술계 유명인사와의 만남답게 품위있는 행사로 채워졌다.


한적한 시골마을 린다우에서의 새로운 만남
1951년 시작해 올해로 62회째를 맞이하는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회의’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행사이다. 린다우 회의는 “Educate, Inspire, Connect(교육, 감화, 소통)”라는 미션으로 노벨상 수상자와 세계 각국의 우수한 젊은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젊은 연구자에게 영감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6월말에서 7월초 사이 일주일간 개최되는 세계적인 행사다. 이번 제62회 린다우 회의는 7월 1일부터 6일까지 개최되었다.

지난 겨울, 처음 이 행사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젊은 과학도라면 누구나 꿈꾸는 노벨상 수상자들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주저 없이 지원했다. 출발하기 전 함께 다녀올 참가자들과 미팅을 가지고, 이전에 다녀온 참가자로부터 린다우 회의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들을 기회도 있었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아침,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도착해 고속열차를 타고 린다우까지 이동하는 여정이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니 폭풍으로 인해 기차가 지연되고 결국 마지막 연결편의 운행이 취소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같은 기차를 이용한 다른 참가자의 도움으로 문제없이 환승할 수 있었다. 독일의 고속열차는 한국의 KTX에 비하면 속도도 느리고 조금 불편한 면은 있으나 도착시간 지연에 따라 연결편이 조정되는 등 시스템은 잘 갖추어져 있었다.

듣던 대로 린다우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휴양도시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우주 팽창 가속화 이론(2011년)’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브라이언 슈미트(Brian P. Schmidt) 교수를 포함하여 27명의 물리학 부문 수상자들이 참가하였고, 70여개 국에서 선발된 580여 명의 20~30대 젊은 과학자들이 강의를 듣고 우주론(Cosmology), 양자물리학(Quantum physics), 에너지(Energy) 등 세 주제에 대하여 서로 스스럼없는 토론을 나누는 시간들로 구성되었다.

노벨상 수상자들과 젊은 과학도들의 즐거운 네트워킹

린다우 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 젊은 과학자 일행(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아정, 안병현, 이승주, 정희석)


노벨상 수상자들의 발표는 다양했다. 자신이 상을 받은 분야나 현재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발표를 하기도 하고 자신의 취미나 기타 교양거리를 위주로 발표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과학이나 연구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토론을 위해서 주제를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연구든 취미생활이든 이들의 공통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호기심에 충실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기대되었던 노벨상 수상자인 브라이언 슈미트 교수의 본 강연은 우주론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었으나, 기본적으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 분야의 기초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고체물리학 등 타 분야에 종사하는 참가자들은 이 강연을 가장 이해하기 힘든 강연으로 꼽기도 했다.

평소 접하기 힘든 타 분야의 동향 등에 대해 각 분야의 저명한 교수와 참가자들과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 참석했던 학회나 여름학교에 비해 확실한 차별점이 되었다. 보통의 학회에서는 자신의 업적을 치장하기 바쁜 반면, 여기에서는 발표자들이 노벨상 수상자급이니 모두 부담 없이 자기 연구에 대한 장단점을 털어놓고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였다.

과학 발전 위한 여러 나라의 활발한 움직임

참석자들이 모두 모인 환영 파티


린다우 회의 기간 동안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러 나라에서 뛰어난 인재를 자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는 점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국가대표가 이틀간 린다우에서 머물며 대대적인 구인활동을 했다. 유럽연합에서는 EU의 펀딩 규모에서부터, 연구자를 위한 지원, 대학원생을 위한 연구비(장학금), 단계별 연구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홍보하였다. 유럽 국가들은 오랜 역사와 안정적인 예산으로 R&D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방향성을 탄탄하게 정하고 꾸준하게 연구를 추진한 것이 전 세계를 선도하는 성과를 낸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연구 규모는 커지는데 인력은 부족하여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서 인재를 데려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한 가지 더 눈에 띈 점은 소립자 물리학(particle physics) 또는 우주론(cosmology)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분야 중 하나라 이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전혀 몰랐다. 우리나라에서 그 분야에 사람들이 없는 이유는 연구비 자체가 거의 없고, 학위를 받는다 해도 이후 일자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 분야로 갈 수 있는 회사가 많고, 회사에서 그 분야를 공부하면서 축적했던 기술을 산업에 응용시키는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방식의 응용은 기초과학의 발전에 좋은 피드백으로 돌아가 그 나라의 전체적인 과학 수준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기초과학에 대한 인식 변화와 투자 필요

@Sergei Golyshev / http://www.flickr.com/photos/29225114@N08/2803715962

반면 우리나라 과학계는 예산이나 연구기관의 규모가 여타 선진국에 비해 작은 편이다. 그래서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가 쉽지 않다. 기초 과학에 대한 지원이 약하다보니 연구자도 적고 일자리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학생들이 점점 수입이 좋은 학과로만 몰리고 있어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과학계는 균형있게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학생들과 연구인력들에게 금전적 투자를 늘려가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이보다 앞서서 이공계 인력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

기초과학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 한다. 기초과학은 특성상 투자를 한다 해도 가시적인 성과가 바로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당장 해결해야 하는 현안에 밀려나서 기초과학에 대한 예산 지원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힉스입자를 찾기 위해, 화성 탐사를 위해 수조원의 투자를 하는 유럽과 미국을 이해할 수 없다면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발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린다우 회의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최초로 참석해 우리 과학기술계를 유럽에 알리고 기초연구 진흥을 위한 협력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들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노벨과학상이 조속히 나올 수 있도록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과학도들부터 정부의 정책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전 세계에서 모인 과학도들과의 교류, 과학 분야 최고의 멘토인 노벨상 수상자들과의 만남은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며칠간의 바쁜 일정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를 만큼 과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순수한 기쁨으로 충만했던 시간이었다. 앞으로 과학자로서의 나의 인생에 있어서 린다우에서 보낸 시간이 큰 자극과 밑거름이 되어 주리라 확신한다.

글 | 린다우 회의 참석자 안병현(KAIST 박사과정), 정희석(고려대학교 박사과정) | 정리 윤예영(동아사이언스 기자)
출처 | FOCUS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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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가이(Goodguy)

우리 생활 속 과학이야기

일류 연구기관으로의 도약대, 국가연구개발원
출연연 개편으로 융합시대 준비한다!(2)

 

세계를 이끄는 연구기관들 

그렇다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해외 유수 연구기관들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에게 없는 무엇이 있기에 양질의 연구성과를 그토록 많이 낼 수 있는 걸까?

막스플랑크협회는 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상급의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사진은 2007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사이언스터널 특별전. 사이언스터널은 막스플랑크협회가 직접 자신의 연구성과를 12개의 주제로 나누어 터널 형식으로 전시하는 행사다.

국과위가 국가연구개발원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참고한 기관 중 하나가 독일의 막스플랑크협회다. 막스플랑크협회는 독일의 독립 비영리 연구기관의 연합회다. 이 협회는 1911년, 베를린대학 100주년을 맞아 ‘카이저 빌헬름 학회’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기능을 잃었다. 그러다 1948년 2월 26일 재건되어 현대 양자역학의 효시이자 물리상수에도 이름을 남긴 독일의 과학자, 막스 플랑크의 이름을 따 새로 출발했다. 현재 막스플랑크전파천문학연구소 등 80여개의 연구기관으로 구성되어 자연과학과 생명과학은 물론, 사회과학부터 미학에 이르기까지 기초 학문을 망라하는 연구를 수행한다.

막스플랑크협회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눈부신 연구성과다. 현재까지 막스플랑크협회는 노벨상 수상자를 17번이나 배출했다. 연구기관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이며 과학기술강국인 이웃 일본이 지금까지 받은 노벨과학상 숫자에 맞먹을 정도다. 막스플랑크협회의 놀라운 성과는 협회의 창립 이념과 운영 형태 때문이다. 막스플랑크협회는 과학자가 스스로 만들어 운영하는 과학자 자신을 위한 기관이다. 과학자들이 연구관리와 운영, 계획을 모두 직접 하며 각 연구소는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사실 막스플랑크협회가 이처럼 연구자들의 자유로운 네트워크처럼 운영되는 이유는 독일 특유의 학문관 덕분이다. 베를린 대학 설립에 참여한 훔볼트(Karl Wilhelm von Humboldt, 1767~1835)는 교육과 학문에서 ‘일반적 교양’을 강조했다. 일반적 교양이란 한 인간이 자연, 문화, 사물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조화롭게 능력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 이념은 독일 고등교육기관과 연구기관에 녹아들어 서로 독립적인 다양한 분야가 장벽 없이 교류하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됐다.
독일의 프라운호퍼연구협회가 개발한 3세대 인간형 서비스로봇 ‘케어로봇3(Care-O-bot 3)’. 프라운호퍼연구협회는 응용과학 전반을 담당하여 시장친화적인 기술과 제품 개발에 집중한다.

막스플랑크협회가 과학 전반을 망라한다면 프라운호퍼연구협회는 응용과학 연구소들의 연합체다. 프라운호퍼연구협회는 독일 전역에 산하 56개의 연구기관을 두고 있으며 각 연구기관들은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프라운호퍼연구협회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프라운호퍼식 모델’이라는 펀딩 모델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프라운호퍼연구협회는 예산의 60%를 산업체나 특정 정부기관이 발주한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충당하고 나머지 40% 예산을 연방 및 지방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아 선행 연구에 투자한다. 응용과학을 연구한다는 특성상 시장친화적인 연구를 수행하면서 기반기술을 함께 연구하는 데 유리한 방식이다.

독일 외에도 앞서 언급한 일본의 RIKEN과 AIST, 프랑스의 CNRS(국립과학연구원), CARNOT(까르노연구소) 등 세계의 주요 연구기관들은 모두 연구자들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연구과제를 과학자들이 직접 설정하며 분야간 상호 교류가 자유롭다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연구소들을 총괄하는 기구가 과학자들이 중심이 된 단일 조직으로서 연구소 위에 군림하지 않고 관리와 행정 역할에만 치중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국 과학기술계가 나아갈 방향 

국과위는 ‘출연연 발전 민간위원회’가 제시한 안과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국가연구개발원 설립안을 냈다. 이 안에 따르면 현재 과학기술 분야 27개 출연연 중 18개를 단일법인화한다.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과학자들이 주축이 된 단일 법인으로 연구기관들을 묶어 독립성을 확보하는 한편 상호 교류를 활성화하여 융복합 연구를 촉진하겠다는 방안이다.

김차동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원이 1월 25일 오전 대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대전지역 연구개발특구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출연연 선진화방안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설명을 하고 있다.

국가연구개발원이 설립되면 현재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로 양분되어 운영되던 27개 과학기술 관련 국가 출연연구기관이 국과위 소속의 국가연구개발원과 부처 직할 출연연구기관 체제로 전환된다. 개별부처의 산업육성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담당 부처 사업을 단독 수행하는 편이 효과가 좋은 기관과 기초연구 성격이 강하여 교과부의 기초과학연구원(ISB)과 결합하는 편이 나은 기관은 각각 소관 부처 직할로 남기기로 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정보보안연구원은 지경부에,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해양연구원은 국토해양부에, 한국식품연구원과 김치연구원은 농림수산식품부 산하에 둔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와 한국천문연구원은 교과부 산하 기초과학연구원 부설 연구소 설치한다. 이는 국가연구개발원과 기초과학연구원의 역할분담에 따른 것으로, 순수과학 기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수행하고 국가연구개발원은 국가 어젠다나 전략기술, 융복합 분야 원천기술 등 목적이 분명한 연구에 집중한다.

일부에서는 출연연이 통합될 경우 개별 연구기관의 정체성이 희석될 수 있다며 우려한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에 독일 막스플랑크협회를 참고한 점을 보아도 알 수 있듯, 각 연구기관의 독립성과 정체성은 고스란히 유지된다. 융합연구란 여러 분야가 각자의 강점을 살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인데, 기관의 정체성이 흐려지면 융합연구의 효과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출연연에 지원하는 묶음예산을 대폭 확대한 이유도 각 기관이 강점있는 연구분야를 직접 정하여 육성함으로써 연구기관별 특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프로젝트 중심의 연구과제가 자유로운 연구에 장애가 된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출연금 예산 비중을 2014년 70%까지 올릴 계획이다. 정부 출연금 비중이 높아지면 기관 운영을 위해 무리한 프로젝트를 추진하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당장의 경제적 효과는 작지만 타연구에 반드시 필요한 기초분야를 본격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

국과위는 세부안을 마련하고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하 정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출법 개정안은 지난 1월 1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어 1월 20일 국회로 이송되었으며, 이에 따라 3년이 넘게 논의되어 온 출연연 거버넌스 의제는 정부 내 절차를 마무리하고 국회의 결정사항으로 넘어갔다.

법률 개정 후 3개월이 지나고 설립 준비가 끝나면 가급적 상반기 내에 국가연구개발원이 설립된다. 이를 위해 국과위는 지금까지 내부적으로 운영해 오던 국가연구개발원 설립 태스크포스를 1월중 ‘국가연구개발원 설립준비단’으로 확대 개편하고 입법지원 활동을 포함한 구체적인 설립 준비에 착수했다. 국가연구개발원 설립준비단은 국과위 김차동 상임위원을 단장으로 출연연 관계자 및 외부전문가로 구성되며 국가연구개발원 설립 기본방향 마련,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국회 입법지원 활동, 대국민홍보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학문은 깊고 넓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 학문은 다양한 분야간 교류가 적었던 탓에 깊기는 했지만 넓지는 못했다. 전문성은 깊이의 영역이지만 창의성은 너비의 영역이다. 국가연구개발원 설립을 통해 한국 과학의 지평이 더욱 넓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출처_FOCUS 2월호
글_김택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 사진_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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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활 속 과학이야기

도시에서 숨쉬는 물고기들


바다 속 세계에 대한 탐사는 쉽지 않다. 바다에서는 수심 10미터 마다 수압이 1기압씩 증가하고, 수심 1000미터부터는 정밀한 기계로도 태양광을 감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인체만으로 심해를 구경하는 건 한계가 따른다. 하지만 ‘해저도시’는 지구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다. 수심 1000미터 이상의 해저지역들은 지구 표면의 60%에 달하기 때문이다.

영국 BBC 방송은 심해탐사 다큐멘터리 <The Deep>에서 ‘우리는 심해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더 많다’, '심해를 탐험한 사람의 숫자는 지구 밖 우주에 나가 본 사람의 숫자보다 적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수족관, 즉 아쿠아리움(aquarium)이다. 라틴어로 아쿠아(aqua)는 '물', 아리움(arium)은 ‘장소’다. ‘물이 있는 곳’, 세계 각지에 세워진 다양한 수족관은 도시에서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바닷속 세계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부산아쿠아리움’, ‘코엑스아쿠아리움’, ‘63빌딩 씨월드’ 등 우리나라에도 여러 수족관이 있지만, 그 규모나 콘텐츠의 다양성은 세계 각 지의 유명 수족관에 비해 아쉬운 수준이다. 세계 유명 수족관(혹은 해양박물관)들이 해양박람회를 계기로 탄생하고 성장한 사례가 많았다는 점에서, 2012여수세계박람회(2012년 5월~8월)를 앞둔 시점에 국내에도 세계적인 수족관이 들어서길 바라며 세계 각지의 유명 수족관을 소개한다.

스페인 발렌시아 수족관


스페인 발렌시아 수족관

스페인 발렌시아에는 과학관, 수족관, 천문대, 오페라하우스, 정원 등 과학과 자연, 예술을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 있다. 이곳에 위치한 발렌시아 수족관은 전체 면적 11만 제곱미터, 해수 총량 4만 2천톤, 해양생물 500종 4만 5천마리 전시에 달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수족관이다.
발렌시아 출신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와 마드리드 출신 건축가 펠릭스 칸델라(Felix Candela)가 함께 설계한 이곳의 연 관람객은 100만 명이 넘는다.

수중터널

70미터 길이의 수중 터널을 따라가다 보면 대서양의 온대 해역에서부터 열대 해역까지, 위도에 따라 종이 다른 바닷속 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극지관

이글루처럼 생긴 극지관에서는 흰돌고래 벨루가와 바다코끼리 등 해양포유류를 만날 수 있다.

돌고래관

깊이가 10.5미터인 돌고래관에서는 귀여운 큰돌고래(병코돌고래)의 재주를 동시에 1500명까지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수중 식당

수족관에 둘러싸여 식사를 할 수 있는 수중 식당도 발렌시아수족관의 명소 중 하나.


이탈리아 제노바수족관 

이탈리아 제노바수족관


콜럼버스의 출신지 제노바에서 그의 ‘신대륙 발견 500주년’을 기념해 열린 ’1992 제노바세계박람회를 계기로 새롭게 태어난 제노바수족관은 발렌시아수족관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볼거리와 재미는 물론, 수족관 내부에는 학생들의 현장 교육 자료도 다양하여 매년 125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 있는 관광지. 컨테이너 화물선 상갑판을 연상시키는 수족관 외관은 제노바 항의 특징을 나타내어, 도시 전 체와 잘 어울리는 수족관으로 설계된 것이라고 한다.
제노바수족관의 동물 수는 모두 1만 2천 마리, 종수는 600종에 달한다. 식물 종수도 200종 있다. 이들은 상어수조, 잘피수조, 심해 수조 등 총 63개의 수조에서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상어수조의 톱상어. 지중해에 사는 상어들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장 인기가 높은 돌고래수조의 큰돌고래. 여러 수족관에서 돌고래쇼를 하는 주인공이지만, 제노바수족관에는 돌고래쇼가 없다고 한다.

힘차게 헤엄치는 물고기(아래)와 신비로운 보름달물해파리 성체(위)


프랑스 노지카국립해양센터 

프랑스 노지카국립해양센터

1991년 개관한 프랑스 노지카국립해양센터는 수족관이자 해양연구센터이다. 3500제곱미터 면적의 수족관을 통해 교육‧홍보의 기능을, 5500제곱미터의 연구실과 1100제곱미터의 자료실을 통해 연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노지카국립해양센터는 단순한 수족관이 아닌, 종합해양센터․ 과학기술전시관․박물관․놀이공원까지, 해양과학과 해양문화를 모두 다루며 운영되고 있다.


이곳의 내부는 심해를 탐사하는 듯 신비한 느낌의 입체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을 설계한 프랑스의 해양 건축가 자끄 루즈리는 관람객들이 신비로운 바다를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연출을 위해 구체적인 자연 현상을 면밀히 분석하였다고 한다. 이를 테면 플랑크톤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전시판에 플랑크톤을 영양 단계별로 음각하고, 플랑크톤을 상징하는 발광 해파리 모양의 초록생 야광으로 그 주위를 에워싸 신비감을 더한 식이다.

수조 역시 일반적인 사각형이나 원통형이 아닌 역피라미드 모양의 수조로 독특하게 구성되어 있다.

해중공원식으로 꾸며진 특수 수족관에서 배회하는 상어를 보는 것도 노지카국립해양센터가 제공하는 즐거움이다.


독일 킬수족관 

독일 킬수족관

1972년 문을 연, 독일 북부의 킬(Kiel)에 위치한 킬수족관은 해양 생물 분야에서 많은 연구 업적을 남긴 킬대학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는 주로 인근 바다인 북해와 발틱 해에 살고 있는 해양 생물 130종, 1150마리가 전시되어 있다. 가장 큰 인기를 모으는 물범을 비롯해, 해마, 흰동가리, 게, 불가사리, 가오리, 대구 등을 만날 수 있다.

물범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사육사(위)와 헤엄치고 있는 물범(아래)





(위부터)홍합을 공격하는 불가사리, 가오리의 배면, 게


글 |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블로그 기자 김 병 호
참고자료 | 미래를 꿈꾸는 해양문고 시리즈 제 16권 '도심 속 바다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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