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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과학자와 젊은 과학자간 소통의 현장
린다우에서 노벨상을 꿈꾸다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의 국경을 이루는 보덴제호에 있는 인구 3만여 명의 작은 도시 린다우에서는 매년 특별한 회의가 열린다. 그해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들과 세계 각국의 젊은 과학자, 학생들이 모여 서로의 지식을 교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아직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첫 노벨상 수상을 꿈꾸는 젊은 과학도들에게는 이번 린다우 회의 참석이 무엇보다 값진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린다우 회의의 노벨상 수상자와의 만남과 함께 펼쳐진 실내악 공연. 과학기술계 유명인사와의 만남답게 품위있는 행사로 채워졌다.


한적한 시골마을 린다우에서의 새로운 만남
1951년 시작해 올해로 62회째를 맞이하는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회의’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행사이다. 린다우 회의는 “Educate, Inspire, Connect(교육, 감화, 소통)”라는 미션으로 노벨상 수상자와 세계 각국의 우수한 젊은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젊은 연구자에게 영감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6월말에서 7월초 사이 일주일간 개최되는 세계적인 행사다. 이번 제62회 린다우 회의는 7월 1일부터 6일까지 개최되었다.

지난 겨울, 처음 이 행사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젊은 과학도라면 누구나 꿈꾸는 노벨상 수상자들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주저 없이 지원했다. 출발하기 전 함께 다녀올 참가자들과 미팅을 가지고, 이전에 다녀온 참가자로부터 린다우 회의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들을 기회도 있었다.

드디어 출발하는 날 아침,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도착해 고속열차를 타고 린다우까지 이동하는 여정이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니 폭풍으로 인해 기차가 지연되고 결국 마지막 연결편의 운행이 취소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같은 기차를 이용한 다른 참가자의 도움으로 문제없이 환승할 수 있었다. 독일의 고속열차는 한국의 KTX에 비하면 속도도 느리고 조금 불편한 면은 있으나 도착시간 지연에 따라 연결편이 조정되는 등 시스템은 잘 갖추어져 있었다.

듣던 대로 린다우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휴양도시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우주 팽창 가속화 이론(2011년)’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브라이언 슈미트(Brian P. Schmidt) 교수를 포함하여 27명의 물리학 부문 수상자들이 참가하였고, 70여개 국에서 선발된 580여 명의 20~30대 젊은 과학자들이 강의를 듣고 우주론(Cosmology), 양자물리학(Quantum physics), 에너지(Energy) 등 세 주제에 대하여 서로 스스럼없는 토론을 나누는 시간들로 구성되었다.

노벨상 수상자들과 젊은 과학도들의 즐거운 네트워킹

린다우 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 젊은 과학자 일행(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아정, 안병현, 이승주, 정희석)


노벨상 수상자들의 발표는 다양했다. 자신이 상을 받은 분야나 현재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발표를 하기도 하고 자신의 취미나 기타 교양거리를 위주로 발표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과학이나 연구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토론을 위해서 주제를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연구든 취미생활이든 이들의 공통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호기심에 충실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기대되었던 노벨상 수상자인 브라이언 슈미트 교수의 본 강연은 우주론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었으나, 기본적으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 분야의 기초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고체물리학 등 타 분야에 종사하는 참가자들은 이 강연을 가장 이해하기 힘든 강연으로 꼽기도 했다.

평소 접하기 힘든 타 분야의 동향 등에 대해 각 분야의 저명한 교수와 참가자들과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 참석했던 학회나 여름학교에 비해 확실한 차별점이 되었다. 보통의 학회에서는 자신의 업적을 치장하기 바쁜 반면, 여기에서는 발표자들이 노벨상 수상자급이니 모두 부담 없이 자기 연구에 대한 장단점을 털어놓고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였다.

과학 발전 위한 여러 나라의 활발한 움직임

참석자들이 모두 모인 환영 파티


린다우 회의 기간 동안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러 나라에서 뛰어난 인재를 자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는 점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국가대표가 이틀간 린다우에서 머물며 대대적인 구인활동을 했다. 유럽연합에서는 EU의 펀딩 규모에서부터, 연구자를 위한 지원, 대학원생을 위한 연구비(장학금), 단계별 연구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홍보하였다. 유럽 국가들은 오랜 역사와 안정적인 예산으로 R&D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방향성을 탄탄하게 정하고 꾸준하게 연구를 추진한 것이 전 세계를 선도하는 성과를 낸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연구 규모는 커지는데 인력은 부족하여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에서 인재를 데려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한 가지 더 눈에 띈 점은 소립자 물리학(particle physics) 또는 우주론(cosmology)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분야 중 하나라 이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전혀 몰랐다. 우리나라에서 그 분야에 사람들이 없는 이유는 연구비 자체가 거의 없고, 학위를 받는다 해도 이후 일자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 분야로 갈 수 있는 회사가 많고, 회사에서 그 분야를 공부하면서 축적했던 기술을 산업에 응용시키는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방식의 응용은 기초과학의 발전에 좋은 피드백으로 돌아가 그 나라의 전체적인 과학 수준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기초과학에 대한 인식 변화와 투자 필요

@Sergei Golyshev / http://www.flickr.com/photos/29225114@N08/2803715962

반면 우리나라 과학계는 예산이나 연구기관의 규모가 여타 선진국에 비해 작은 편이다. 그래서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가 쉽지 않다. 기초 과학에 대한 지원이 약하다보니 연구자도 적고 일자리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학생들이 점점 수입이 좋은 학과로만 몰리고 있어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과학계는 균형있게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학생들과 연구인력들에게 금전적 투자를 늘려가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이보다 앞서서 이공계 인력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

기초과학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 한다. 기초과학은 특성상 투자를 한다 해도 가시적인 성과가 바로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당장 해결해야 하는 현안에 밀려나서 기초과학에 대한 예산 지원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힉스입자를 찾기 위해, 화성 탐사를 위해 수조원의 투자를 하는 유럽과 미국을 이해할 수 없다면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발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린다우 회의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최초로 참석해 우리 과학기술계를 유럽에 알리고 기초연구 진흥을 위한 협력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들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노벨과학상이 조속히 나올 수 있도록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과학도들부터 정부의 정책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전 세계에서 모인 과학도들과의 교류, 과학 분야 최고의 멘토인 노벨상 수상자들과의 만남은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며칠간의 바쁜 일정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를 만큼 과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순수한 기쁨으로 충만했던 시간이었다. 앞으로 과학자로서의 나의 인생에 있어서 린다우에서 보낸 시간이 큰 자극과 밑거름이 되어 주리라 확신한다.

글 | 린다우 회의 참석자 안병현(KAIST 박사과정), 정희석(고려대학교 박사과정) | 정리 윤예영(동아사이언스 기자)
출처 | FOCUS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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