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문은 원래부터 하나였다
멋진 신세계 창조할 융합기술들의 향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와 수학자들은 리라(lyre)라는 수금을 연주하며 얻은 영감으로 수학 이론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 시대의 지식인들은 과학자이자 철학자이며, 또한 예술가이자 수학가이기도 했다. 모든 학문과 기술은 원래 이어져 있었다는 얘기다. 어쩌면 우리 시대는 본래 하나였던 학문과 기술이 오랜 세월 동안 떨어져 있다 다시 합쳐지는 재결합의 시기인지도 모른다. 현재도 자연을 모사하는 생체모방기술,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 등 수많은 융합기술들이 세계 곳곳에서 연구되고 있다. 멋진 신세계를 준비하는 융합기술들을 만나보자. 


친환경 키네틱 아트로 유명한 예술가, 테오 얀센의 말이다. 말 그대로 과학과 예술간 장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리학도 출신인 테오 얀센의 작품들은 오직 바람만을 동력으로 스스로 움직인다.

정말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사실 고도의 과학적 계산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가 만든 작품에서 플라스틱 관은 피스톤 작용을 통해 실제 근육 역할을 하며, 바람이 불지 않을 때에도 미리 저장한 에너지를 이용해 움직일 수 있다. 수많은 초기 작품들을 해변에 풀어놓아 생존력을 테스트하고, 살아남은 모델이 다음 모델의 기초가 되는 작업 과정은 다윈의 진화설을 연상케 한다. 작업 과정에서 의외의 작품이 강한 생존력을 보이는 것은 돌연변이와도 같다.


테오 얀센의 작품은 21세기 최고의 화두인 ‘융합’의 실체화된 모형이다. 앞서의 설명대로 그의 예술 작품에는 물리학적 계산에서부터 생물학적 진화까지 과학적 내용들이 곳곳에 반영돼있다. 융합기술의 세계는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이해할 수 없는 과학자만의 영역이 아니다. 눈을 돌려보면 테오 얀센이 창조한 새로운 생명처럼, 세상을 멋지게 만들어줄 흥미로운 융합기술들을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한 자전거 바퀴, 코펜하겐 휠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기후변화협약 회의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흥미로운 물건이 발표됐다. ‘코펜하겐 휠(Copenhagen Wheel)’이라는 이름의 자전거 바퀴가 그것이다. MIT 센서블시티랩이 개발한 코펜하겐 휠은 스스로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고 이를 저장하는 ‘스마트’한 자전거 바퀴다. 이 전기로 모터를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자전거 주행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였던 오르막 주행을 친환경·저비용으로 해결한 주인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코펜하겐 휠은 새로 자전거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자전거에 있는 바퀴를 코펜하겐 휠로 갈아끼우기만 하면 된다.

‘스마트’한 자전거 바퀴 코펜하겐 휠은 융합기술이 이미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원리는 간단하다. 자전거 브레이크를 잡을 때 발생하는 물리적인 힘을 전기로 바꿔 저장하는 것이다. MIT의 설명에 의하면 이는 자동차경주 포뮬러 원(F1) 머신들이 사용하는 시스템과 유사하다고 한다. 하지만 코펜하겐 휠의 진짜 ‘스마트’함은 IT기술과의 융합에 있다. 자체 센서를 가지고 있는 이 똑똑한 바퀴는 아이폰 등 스마트폰과 연결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자전거의 속도, 방향, 주행거리 등 기본적인 정보에서 부터 공기 오염도, 주변의 소음 레벨 등 자전거 주행에 관한 거의 대부분의 정보를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적의 기어 변환시점을 추천하거나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찾아주는 것도 가능하다.

콘크리트와 미생물의 만남 

‘시멘트, 모래, 자갈, 물 등을 결합해서 만든 암석 모양의 덩어리’를 뜻하는 콘크리트는 건설·축 산업의 핵심 소재다. 이는 그간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원동력이었지만, 한편으로 융합이나 첨단기술 등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콘크리트야말로 최신 융합기술이 도입되고 있는 대표적 소재 중 하나이다. 바로 미생물과의 결합이다. 기존에 하천이나 뚝방에 쓰이던 콘크리트는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한 수많은 중금속 등 때문에 물고기를 죽이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악영향이 있었다. 이는 당연히 사람의 몸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포름알데히드의 경우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대표적 물질로 지목되어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해결사가 일명 청국장균으로 불리는 ‘바실러스균’이다. 청국장 등 발효 식품에 많은 바실러스균은 놀랍게도 시멘트 속에서도 무리 없이 번식을 하며, 항산화물질을 배출해 공기를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포름알데히드와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을 분해하기도 한다.

한편 콘크리트의 균열을 메우는 박테리아도 있다. MSNBC 뉴스에 따르면 2010년 영국 뉴캐슬대학 연구진은 콘크리트 구조물의 균열을 메우는 특수 접착제를 생성하는 유전자조작 박테리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뉴캐슬대학 연구진은 고초균(Bacillus subtilis)의 유전자를 조작해 ‘바실라필라(BacillaFilla)’라는 새로운 박테리아를 만들어 냈다. 바실라필라는 탄화칼슘과 접착성분이 섞인 화합물을 생성해 갈라진 부위들을 이어 붙인다.

농업과 과학의 결합, 식물공장 

과학기술과 농업의 융합인 ‘식물공장’은 이미 많은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식물공장’. 언뜻 듣기에는 상당히 이질적으로 들리는 말이다. 그 이유는 규격화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과 살아 숨쉬는 식물이라는 단어가 서로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생소한 개념은 이미 10년도 더 전인 1999년 미국 컬럼비아대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에 의해 제시됐다. 이는 농업에 있어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기후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미래형 농업이다. 덕분에 남극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이를 활용해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
데스포미어 교수에 따르면 30층 규모의 빌딩농장을 지으면 5만 명 분량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다. 아직 그 진위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발광다이오드(LED) 때문이다. LED 조명시설은 식물의 광합성 및 생장에 필요한 파장의 빛을 낸다. 또한 색조제어, 병해충 방제 등의 기능 추가가 가능하다.
이밖에 첨단 IT 기술을 농업 자체에 결합하는 것도 중요한 이슈다. 자동제어·유무선통신 등의 IT기술을 농업에 접목해 모니터링 및 관리를 체계화시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KT에서 지난해 5월 스마트 팜(Smart Farm)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도 식물공장을 지원하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글 | 김청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 사진 | 동아일보 DB
출처 | FOCUS 2월호

블로그 이미지

굿가이(Goodguy)

우리 생활 속 과학이야기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선정’
     한국해양연구원 강성균․차선신 박사 인터뷰

지난 10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하 KISTEP)은 ‘2011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우수성과 100선’을 선정하고, 사례집을 발간하였다.

15개 부처․청에서 추진한, 2010년에 성과를 창출한 연구개발사업을 대상으로 한 이번 평가에서는 기계․소재분야 19개, 기초․인프라분야 15개, 생명․해양분야 29개, 에너지․환경분야 17개, 정보․전자분야 20개 성과 등 5개 기술분야에서 100개의 성과가 선정되었으며, 국과위와 KISTEP은 11월 30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사례발표회 인증서 수여식’을 개최하여 해당 연구사업 책임자들을 포상하였다.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사례발표회

해서, 이들 중 생명․해양분야에서 각각 ‘해양 초고온 고세균이용 바이오수소 생산기술 개발’과 ‘분자 기계인 론 단백질의 작동 기작 규명(관련 논문 엠보 지 발표_ 2010.9.10)’ 연구로 ‘우수성과’에 선정된 한국해양연구원의 강성균, 차선신 박사를 만나 인터뷰를 해보기로 했다.

 ‘해양 초고온 고세균이용 바이오수소 생산기술개발’
- 태평양 심해열수구의 고온에서 서식하는 고세균이 수소를 생산하는 대사작용을 밝혀냄으로써, 단일 미생물이 수소를 생성함과 동시에 생체에너지를 만들어 증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연구성과 이다. 기존의 열역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생명현상을 반증한 결과로서, 원천생물자원 확보에서부터 핵심연구 결과까지 모두 국내 자체기술에 의한 것이어서 더 큰 의의를 갖는다.

수소생산 효율이 매우 높으며, 고세균이 먹이로 하는 일산화탄소의 저감을 이끌어내어 환경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전망이며, 국토해양부는 2009년에 착수한 ‘바이오수소생산기술개발’ 사업에 이를 적용하여 2012년까지 100리터 규모의 실증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연구는 국토해양부 해양생명공학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관련 논문이 ‘Formate-driven growth coupled with H2 production(개미산 이용 미생물 성장과 수소생산의 커플링)’의 명으로 네이처지 2010년 9월 16일자에 게재되었을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분자 기계인 론 단백질의 작동 기작 규명’
*론(Lon) 단백질 : 가장 원시적인 생명체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지구상 모든 생명체에 존재하는 단백질로서, 손상된 단백질을 제거하는 거대 분자 기계.

- 세포 내 손상단백질들을 제거하는 거대 분자 기계인 ‘론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연구성과 이다. 일반적으로 세포 내 단백질들은 수명이 다하거나 스트레스에 의해 손상을 받으면 비정상적인 구조로 변하게 되고, 이는 노화 및 퇴행성 뇌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 단백질들을 제거하는 것은 생명현상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해당 연구결과는 생화학적, 생물리학적 후속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연구는 국토해양부의 해양생명공학사업 해양극한분자유전체 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관련 논문이 세계적 권위의 분자생물학 분야 학술지인 ‘엠보 지(The EMBO Journal)’ 온라인 판에 2010년 9월 10일 게재되었다.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사례발표회’에서의 차선신 박사(왼쪽)와 강성균 박사

Goodguy  안녕하세요. 우선 이번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차선신 박사 무척 기쁘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저희 한국해양연구원 해양바이오연구센터의 연구원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성과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많은 고생을 한 연구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강성균 박사 과학자로서 제일 기쁜 일은 하는 일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차 박사님 말씀처럼, 혼자 한 게 아니고 연구팀 전체가 힘을 모아 이뤄낸 성과이지요. ‘사이언스’는 수많은 사람들의 교류와 의논 속에서 중요한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되는 법이니까요. 같이 해보자, 하고, 이제 한 골을 넣은 것이라고 봅니다.

 

Goodguy 해당 연구성과는 국내 뿐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성과인데요, 과학적 용어를 비롯하여, 일반인들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간략하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한국해양연구원 해양바이오연구센터 차선신 박사

차선신 박사 론 단백질은 ‘손상된 단백질을 제거하는 거대 분자 기계’입니다. 쉽게 말해, 스트레스 등의 요인으로 세포 내 단백질이 손상을 받아 구조가 풀리면, 론이 이 풀린 단백질을 쪼개어 재활용하거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이지요. 노화의 주원인 중 하나 역시 스트레스이기에 노화방지연구에도 기여할 수 있겠고요.

강성균 박사  저희 연구팀의 연구는 바닷속 미생물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저희가 발견한 고세균은(thermococcus onnurineus NA1,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 다른 미생물의 2배 이상인 8개의 수소화 효소군을 보유하여 수소생산 효율이 매우 높고, 일산화탄소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실용화를 위한 기술개발 중에 있는데요, 내년까지 실증생산을 해보고, 경제성 등의 평가를 거친 후 2015년까지 구체적인 실용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Goodguy 그동안 연구활동을 펼치시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보람된 일과 어려웠던 일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각각 말씀 부탁드립니다.

차선신 박사 우선 어려웠던 일을 말씀드리면, 언제나 어려웠습니다(웃음). 우리나라에서 단백질 기계의 작동 기작을 풀어본 역사가 없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그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죠. 하지만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다보니 다른 일이 하나씩 풀렸던 것이 보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해양연구원 해양바이오연구센터 강성균 박사

강성균 박사 이번 ‘우수성과 100선 선정’과 같은 것이 정말 큰 보람이지요. 열심히 연구한 연구원들에게, 좋은 결과로 성취를 이루고 상을 받는 것만큼의 보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려웠던 일은 고세균의 원천생물자원 확보나 그것을 분리하는 것이, 국내에서는 이론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기반이 없었는데 그 기반을 세워가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이야 쉽지만, 세계적으로도 소수 그룹에서만 가능할 만큼 쉽지 않았던 일이거든요.

 

Goodguy 이번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된 다른 분야, 다른 연구사업도 살펴보셨는지요. 박사님들의 연구성과 외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거나, 훌륭하다고 느낀 연구성과가 있으셨다면 어떤 연구인가요?

강성균 박사 연구개발 진행되는 과제가 만 개 정도인 걸로 알고 있는데, 모든 분들께서 불철주야 고민을 쏟아 이뤄낸 성과이기에 특정 연구를 꼽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모든 연구에 연구원들의 깊은 열정이 스며있다고 생각합니다.

 

Goodguy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차선신 박사 ‘거대단백질 복합체제’는 그 연구분야가 다양합니다. 모두 생명현상에 핵심이 되는 것입니다. 2009년에는 DNA에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리보솜’의 구조와 기능을 규명한 연구결과가 노벨 화학상에 선정되었을 정도로 가치 있는 분야입니다. 앞으로 거대 단백질 복합현상을 하나씩 풀어나가고 싶습니다.

강성균 박사 우선은 단기적으로 ‘바이오수소 생산연구’가 실용화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요. 장기적으로는, ‘과학의 영역’에서 더 많은 기초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히 해양의 생물자원들을 이용해서 기초원천기술개발을 할 수 있는 게 상당히 많습니다. 끊임없이 또 다른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자 합니다.

강성균 박사(좌)와 차선신 박사(우)


인터뷰 후 차선신, 강성균 박사는 현장의 과학자로서의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더 많은 장기과제가 개발되었으면 합니다.”

해양생물 분야를 비롯한 과학기술계 전반에서 프리미엄급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을 중시하지만, 목표는 있어도 전략이 부족하다는 것. 많은 연구사업이 3년 안팎의 짧은 기간을 단위로 진행되는데,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년 이상의 중장기 과제가 더 많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라고 두 과학자는 입을 모아 덧붙였다.

글 |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블로그 기자 김 병 호

블로그 이미지

굿가이(Goodguy)

우리 생활 속 과학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