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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는 ‘미라, 한국 고병리학의 길을 열다.’(http://nstckorea.tistory.com/85)라는 제목으로 고병리학과 한국 미라만의 특수한 생성 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이번시간에는 미라 연구에 적용된 현대 과학기술을 CSI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본 CSI의 주인공은 지난 2004년에 대전광역시에서 발견된 2쌍의 미라부부입니다. 해당 수사를 총괄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김한겸 교수님께 자세한 조사과정과 더불어 이에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들어보았습니다.     

출처:flickr(@sergiothirteen)



용어정리: 미라는 천연적 또는 인공적인 처리로 오랫동안 원형에 가까운 형상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인간 또는 동물의 사체를 뜻합니다. 그리고 고병리학은 사람이나 동물의 화석이나 유적으로부터 얻은 데이터로 질병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으로 흔히 ‘미라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CSI는 Crime scene investigation의 약자입니다.

출처:flickr(@Greg Kie)


미라는 보존 상태에 따라서 조사 가능한 정보의 폭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전에서 발견된 미라부부의 경우 그 보존 상태가 우수하여 여러 실험적인 연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미라의 ID, 사망년도, 사망 시기(계절), 나이, 질병, 사인, 당시의 식생활, 세균감염 등 매우 다양한 정보의 유추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김한겸 교수


학봉장군 미라의 작명 과정
해당 미라는 발굴 지역의 지명을 따라 ‘목달동 미라’,  도시에 따라 ‘대전 미라’, 소재 박물관의 지명에 따라 ‘학봉 미라’, 생존 당시 신분에 따라 ‘장군 미라’ 등으로 불리다가 최종적으로는 ‘학봉장군 미라’라는 명칭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미라의 사망년도 추정
유품과 족보를 통해 학봉장군 미라의 ID를 추적해본 결과, 여산 송씨 윤원공파 11대손 송효상으로 조선 초기(1420~1440 AD)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더불어 AMS 연대 측정 결과도 앞서 확인한 것과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김한겸 교수 제공

치의과학을 이용한 연령 추정
미라의 치아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여 사망 당시의 연령을 추정할 수 있었으며, 컴퓨터 3D 재생 기법으로 정확도를 높였습니다. 3D 재생기법을 활용하면 가상 발치가 가능하고 치아뿌리를 포함한 전체적인 치아구조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며, 치아의 마모 정도를 파악하여 당시 연령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관찰 결과, 학봉장군 미라는 약 41세로 확인되었습니다.

전신소견
외부상태를 분석한 결과 해당 미라는 신장 167.7cm, 머리둘레 48cm, 가슴둘레 88.3cm, 엉덩이둘레 82.5cm로서 영양상태가 양호한 남성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등을 포한한 뒷부분은 오랜 기간 누워있었던 관계로 평평한 상태였으며, 묶었던 옷의 끈이나 주름으로 인해서 선모양의 흔적이 여럿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머리카락은 검은색과 흰색이 혼재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출처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김한겸 교수 제공

영상의학적 검사 시행
사망원인을 추적하기서 위해 우선적으로 CT와 MRI를 이용하여 내부 기관을 3차원적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또한 기관지내시경(세계 최초), 흉강경(아시아 최초), 복강경, 위장내시경 등의 검사가 각 부위별 이상여부 판단을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미생물학적 검사
미라 발굴이후 미라 내부에 세균이 침투하여 오염이 발생하였거나 미라 생성 시 활동하였던 혐기성 세균의 포자의 출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호기성 및 혐기성 세균의 배양을 시도하였습니다. 또한 횡격막에서 채취한 미라의 근육조직을 대상으로 오염가능성 있는 세균 및 포자 출아를 위해 혐기성 및 호기성 배양을 동시에 시행하였습니다. 학봉장군 미라의 경우는 검사 결과, 호기성 및 혐기성 배양 양쪽에서 2주간 균의 성장상태를 관찰하였으나 균의 성장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으로 미라 내부로는 미라 발굴 후에도 세균의 침입이 상당기간 형성되지 않음을 확인 할 수 있었고, 포자의 출아를 위한 조건 및 최적 대상 조직의 탐색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 수행의 필요성을 확인하였습니다.

모발 독성 검사
모발 독성 검사는 말 그대로 머리카락에 존재하는 미네랄을 통해서 독성을 분석하는 것을 말합니다. 모발에는 신체에 축적된 미네랄 정보가 담겨 있는데, 이 모발을 잘라내서 판독해보면 마그네슘, 칼슘, 아연, 구리, 납, 나트륨, 수은, 비소 등 20여 종의 미량 원소인 중금속의 농도가 나옵니다. 이를 통해 중금속 오염 여부와 영양 상태를 읽어내는 것이 모발 독성 검사입니다. 이 검사를 통해 해당 미라의 영양소(미네랄) 불균형 여부와 체내 조직에 축척된 중금속 정도를 확인하였습니다. 

간흡충의 알(디스토마)


기생충학적 검사
기생충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직장, 대장, 간, 식도 등을 검사하였습니다. 그 결과 다수의 간흡충, 간흡충 알(디스토마), 편충이 발견되었습니다. 특히 간흡충, 간흡충 알의 경우 민물고기의 생식으로 인한 감염의 소지가 매우 큽니다. 이를 통해 당시 사대가의 식생활을 추정해볼 수 있었습니다.

   

장내에서 발견된 화분

애기버들


꽃가루(화분)의 분석
미라의 매장 토양 및 내부조직에서 발견되는 화분의 분석을 통해 매장시기를 추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단, 화분은 주로 토양에서 검출되며 인체에서 발견될 확률은 비교적 낮습니다. 꽃가루는 그 크기가 매우 작아서 현미경으로 관찰해야합니다. 식물군에 따라서 고유의 형태를 가지므로 해당 식물의 과, 속, 종까지 구분이 가능합니다. 해당 미라의 경우, 체내에서 부들류의 화분이 다량 검출되었습니다. 해당 미라는 죽기 직전까지도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서 부들류의 화분(한방에서는 ‘포황’으로 알려짐)을 의도적으로 섭취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포황의 주성분은 ‘isorhamnetin’이며 정유, 지방유, 단백질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고 수렴 및 지혈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효를 생각해 보았을 때, 미라 본인은 각혈 또는 토혈을 동반한 질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었습니다.  

간흡충과 화분의 단면

사망원인의 진단
각 분야 전문가들(40명 이상)의 소견과 다양한정황들을 종합한 결과, 해당 미라는 당시에 폐질환(기관지 확장증)을 앓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서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최종 진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CSI라는 돋보기를 통해서 본 마라의 모습은 어땠나요? 때로는 퍼즐 같기도, 때로는 오래된 미로 같기도 한 미라의 CSI는 일반적인 CSI와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알았습니다. 이처럼 미라가 그들만의 신비한 매력을 발산하는 이유는 그들이 과거로 가는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으로 과학수사기법의 발전과 더불어 과거로 가는 또 다른 문이 차례로 열리는 그날 기대하며 이번 기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글 |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블로그기자 하 상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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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가이(Goodguy)

우리 생활 속 과학이야기

                         강력한 이집트 왕, 투탕카멘의 신비가 벗겨진다!
                    신비의 파라오 투탕카멘! 

이집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파라오입니다. 그 파라오 중에서 현재 제일 인기 있는 왕이 투탕카멘인데요. 왕들의 계곡(왕들의 무덤)에서 발견된 투탕카멘의 무덤이 그대로 복원되어 한국에 왔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왕의 무덤에 엄청난 보물을 같이 묻었지만 거의 다 도굴꾼들에 의해 약탈당했습니다. 그런데 투탕카멘은 다른 파라오들과 달리 3000여 점이 넘는 보물이 잘 보존되어진 체로 무덤과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덕분에 고대 이집트에 대한 고고학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는데요. 신비의 파라오 투탕카멘, 함께 만나볼까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리는 전시

이집트의 왕 투탕카멘은 누구?

고대 이집트 제 18대 왕조 제12대 왕으로, 기원전 1347년경~1338년경에 재위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수많은 왕들 중에 사실 투탕카멘은 그다지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8세의 어린나이에 즉위했지만 국정의 실권은 섭정과 장군이 장악했기 때문이죠. 거기다가 투탕카멘은 재위 9년만인 18세로 사망했고, 무덤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투탕카멘에 대해 알려진 바도 없었습니다.

투탕카멘 마스크.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눈에는 석영을, 눈동자에는 흑요석을 상감해 넣어 무덤에서 발견된 보물 중 최고로 꼽힌다.


그러던 중, 1922년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에 의해 왕들의 계곡에서 투탕카멘의 무덤이 발견됐습니다. 투탕카멘은 황금마스크를 쓴 미라로 발견됐는데, 이 황금마스크는 현재 이집트 카이로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시품이기도 합니다. 훼손된 다른 왕들의 무덤과는 달리 투탕카멘의 무덤은 미라를 비롯해 다량의 부장품이 거의 완전한 채로 남아 있었고, 당시 파라오의 매장관습을 아는데도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왕의 부활에 필요한 내장을 넣는 카노포스 용기, 왕좌와 침대, 가구, 의류, 장신구, 무기 등이 포함되어 있어 당시의 호화로운 궁전생활과 높은 공예수준을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무덤에서 발견된 것들을 과천과학전시관에 그대로 옮겨와 전시하고 있습니다.

투탕카멘 무덤의 구조

전실

비밀의 방


 

 

 

 

 



전실에는 600개가 넘는 유물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는데 이 방은 3300년 동안 아무도 들어간 적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또 비밀의 방에서는 화려한 설화석 그릇, 동물들이 그려진 소파, 음식을 저장하는 그릇 등이 발견 됐습니다.

겹겹이 쌓여있는 투탕카멘의 무덤!

, 이 방은 바로 투탕카멘의 무덤이 발견된 방입니다. 사당의 덮개를 열자 내부에 3개가 순서대로 더 들어있었고, 4번째 사당 안에는 또 다른 3개의 석관이 있었습니다. 석관 내부에서 미라 형태의 관 3개를 더 발견했는데요, 도대체 몇 겹으로 싼 걸까요? 2겹? 3겹? 아뇨, 무려 10겹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겹겹이 싸인 관들은 영원의 집을 위한 것이었다는데요, 파라오가 죽어서도 완벽한 보호 아래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현실 안에 있는 사당 3개

미라까지 겹겹이 쌓인 모습


미라 바로 전의 모습

가장 안쪽 관은 110kg의 순금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안에는 드디어 머리에 황금 마스크를 쓴 투탕카멘 왕의 미라가 있었습니다.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드는 과정을 전혀 기록에 남겨놓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가 남긴 이야기를 통해서만 미라제작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헤로도투스에 따르면 먼저 갈고리형의 막대기를 이용하여 코를 통해 뇌를 꺼냅니다. 그 후 몸통 옆쪽을 절개해 내장을 빼 시체가 썩지 않도록 했죠. 그 다음 빈 복부를 씻어내고 탄산소다 가루를 시체 위에 가득 뿌렸습니다. 그 후 약 40일 지나 검게 마른 시체에 칠을 하고 향유를 바른 후, 손가락부터 시작해 시체를 아마포 붕대로 쌌습니다. 마지막으로 붕대에 싸인 시체를 수직방향으로 한번, 수평방향으로 세 번 동여매고 매장 수의로 덮는 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미라 발굴당시 투탕카멘의 얼굴

이집트 연구원이 컴퓨터 단층촬영법으로 재구성한 투탕카멘의 얼굴

 

 

 

 

 

 

현대과학으로 들여다본 투탕카멘! 

이후 투탕카멘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었습니다. 1968년에는 최초로 미라의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두개골에서 상처와 뼛조각이 발견되자 타살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2005년에는 방사선 기술을 이용하여 두개골 뒤쪽의 구멍과 투탕카멘의 생전 상처까지도 발견했으며, 가장 최근인 2007년에는 투탕카멘이 말라리아에 걸렸었다는 사실도 연구결과로 발표되었습니다. 이처럼 현대과학기술은 고대 미라의 죽음의 원인과 그 시대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괴테는 “역사의 의무는 진실과 허위, 확실과 불확실, 의문과 부인을 명확히 구분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영국의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의 투탕카멘 무덤 발견은 그 당시의 진실과 의문을 풀어주는 최고의 발견이었습니다.


‘신비의 파라오 투탕카멘’ 전은 내년 2월까지 계속된다고 하니,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투탕카멘 무덤을 발견하기까지의 이야기와, 투탕카멘 무덤의 실제크기를 체험하며 당대 이집트의 진실과 의문을 파헤쳐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국립과천과학관에 들러 생생한 역사공부를 해보시는게 어떨까요?

                                                             글, 사진 |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블로그 기자 조 선 율

※ 이집트의 미이라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신비의 파라오 투탕카멘' 전!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미이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지난번 게재된 '미라, 한국 고병리학의 길을 열다' 보시면 그 궁금증을 푸실 수 있습니다! 자, 모두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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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가이(Goodguy)

우리 생활 속 과학이야기

미라, 한국 고병리학의 길을 열다

학봉장군 미라 부검 사진

학봉장군 미라 부검 사진

고병리학(paleopathology)이란?
고병리학은 오래된 시신이나 화석의 질병을 연구하는 학문이며 흔히 미라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라는 오랜 기간 보존된 사람이나 동물의 시신을 칭한다. 흔히, 미라하면 이집트를 떠올리기 쉽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미라는 발견되어 왔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미라의 수는 많지 않다. 조상의 시신을 소중히 여기는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사후에 시체가 대부분 화장되거나 재 매장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서 우리나라에서는 고병리학이 발달할 여지가 좁았다. 하지만 2000년 이후부터 미라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진행되면서 학계와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미라는?
세계최초의 임산부 미라인
파평 윤씨 모자미라’, 대전 계룡산 인근에서 발견된 학봉장군 미라' 등은 대표적인 우리나라의 미라이다. 또한 안동미라단웅등의 미라가 학계에 보고되면서 외국에도 널리 알려졌다. 이외에도 후손 없이 도로공사나 택지정리 중 우연히 발굴된 무명의 미라들인 봉미라’, ‘흑미라 등도 소개된 바 있다.

많은 의학, 역사학 전문가들이 미라연구에 매진하고 있는데, 특히 요즘엔 미라연구에 대한 언론보도가 확산되면서 미라가 발견되는 경우, 문중에서 연구 자료로 기증해주는 경우가 많아 연구가 더욱 활발해졌다.

고려대 구로병원에 보관 중인 미라의 모습

이런 미라를 기증받아 보관하고 있는 기관으로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과 계룡산 자연사박물관, 단국대 박물관과 안동박물관 등이 있는데, 이 중 고려대 의과대학은 완전한 형태의 미라 4구와 반미라 형태 2구를 보관하고 있어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에 보관 중인 반미라의 모습

고려대 구로병원에 보관 중인 반미라의 모습

해서, 우리나라 미라 연구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김한겸 교수를 만나 미라를 직접 관찰해보고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기로 했다. 김한겸 교수는 미라를 연구하는 국내 의사로 잘 알려져 있다 


김한겸 교수

고려대 의과대학 김한겸 교수

기자 : 미라와의 인연을 맺은 계기는 무엇입니까?

김한겸 교수 : 질병의 원인과 발생과정을 연구하는 기초의학자로서 오래된 시신인 미라의 사인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2년 9월 경기도 파주시에서 ‘파평 윤씨 미라’가 발견되고, 당시 부검을 총괄하면서 미라의 신비한 매력에 매료되어 지금껏 미라와의 인연을 이어오게 되었습니다.  

기자 : 사람들이 왜 미라를 연구하는 것일까요?

김한겸 교수 : 그것은 수백 년, 수천 년 전에 사망한 사람의 시신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미라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타임머신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또한 창의적인 사고를 거친다면 의학 외에도 여러 분야와의 연계를 통해 연구 주제의 확장은 물론 시너지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미라가 발견되는 경우가 드문데요, 미라가 만들어지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김한겸 교수 : 미라가 만들어지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라하면 이집트미라를 떠올리지만, 세상은 넓고 미라의 종류 역시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남아메리카는 미라의 보고라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자연환경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제일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이 있기 때문에 건조한 미라가 많이 발생하며, 차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안데스 산맥에서는 잉카시대 때 산에 제물로 바친 미라들이 발견됩니다. ‘친초로미라’라는, 박제와 인형의 중간 형태를 지닌 미라들도 많습니다. 이밖에 북유럽이나 스코틀랜드 및 북아일랜드에서는 소위 ‘보그피풀’이라는 미라가 많이 별견되는데, 이는 늪이나 습지가 많은 지역적 특성 때문입니다. 늪의 화학성분으로 인해 미라가 부패하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발견되는 미라들은 독특한 장묘문화 덕분에 만들어집니다. 한국이나 중국의 경우 ‘회곽묘’라 불리는 일종의 석관을 사용하는 문화가 있는데, 덕분에 산소가 차단되는 환경이 조성되어 시신이 오래 보존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미라의 생성원인(회각묘)

출토 당시 회각묘의 모습

출토 당시 회각묘의 모습

최근 서울대 신동훈 교수팀은 회각묘에서 미라가 생성되는 원인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회각묘에 의한 미라 생성 실험

회각묘에 의한 미라 생성 실험 (사진 :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신 교수팀은 국립문화재연구소 지원으로 20108월부터 5개월에 걸쳐 미라 형성 과정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이에 대한 결과를 그해 말 공개했다. 실제 회곽묘 비율에 맞춰 정밀하게 축소한 가로 19.8cm, 세로 10.6cm 크기의 작은 나무관을 만들었으며, 36mm 두께의 삼물로 관 주위를 감쌌다.

10번에 걸쳐 실험한 결과, 관 주위에 설치한 삼물의 온도가 최고 200까지 올라갔으며, 관 내부에도 열이 전달돼 최고 149까지 상승했다. 관 내부 온도가 100이상 유지된 시간은 최대 210분을 넘어섰다. 실제로 관 내부에 실험용 흰쥐를 이산화탄소로 안락사하여 넣어봤더니, 그 사체가 13주가 지나도 썩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 교수는 연구결과를 놓고 보면 한국미라는 부패하다가 도중에 중단된 것은 아닌 듯하다고열로 살균돼 관 내부가 무균 상태로 유지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기존 상식과는 전혀 다른 기전을 따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라는 장묘문화와 기후환경이 만들어낸 하나의 종합 예술 작품이다. 우리는 조상들이 전해준 이 선물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그런 과거가 있었기에 존재하는 현재의 우리문화를 더욱 소중히 여기고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제가 아닐까? 

, 기사 |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블로그 기자 하 상 윤
취재협조 및 자문 |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김한겸 교수

 

* 이번 시간에는 고병리학과 한국 미라만의 특수한 생성 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오늘 잠시 언급된 '파평 윤씨 모자 미라', '학봉 장군 미라'의 사망원인과 당시 생활환경을 과학적으로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살펴보고, 부검(수사) 과정에서 도입된 다양한 학문 분야(의학, 인문학, 자연과학)와 그 임무를 소개할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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