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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다양성에는 여성이 꼭 필요합니다

- 이혜숙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편 -

 여성과학기술인(이하 여성과기인)의 숫자가 적어서만도 아닙니다. 여성의 실력이 더 뛰어나거나, 더 좋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양성의 측면에서 공감 DNA와 관계지향적 사고가 뛰어난 여성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과학기술계에도 남성의 세계와 다른 시각과 관점이 필요합니다.

200년이 넘은 미국 기업, 듀폰(Dupont)이 최근 그린 스마트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최초의 여성CEO 엘렌 쿨먼 회장이 가져온 변화다. 여성 리더십의 접목이 필요한 이유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에서도 쿨먼 회장 같은 사람이 나오도록 지원하는 센터가 있다. 4W 사업을 통합하면서 새로 출범한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다. 이혜숙 소장은 여성과기인 양성과 지원은 과학기술계의 다양성과 직결된다고 말한다. 현재 90% 이상의 남성이 이끌고 있는 과학기술계에 변화를 가져오려면 여성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소장을 만나 센터와 여성과기인의 지원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이혜숙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그 역할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기존 사업 4가지가 통합되었는데, 통합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2002년에 여성과기인 육성법이 제정되면서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가 생겼습니다. 4W 사업을 통해 여학생이 이공계로 진출하도록 돕고, 과학기술계에서 여성 인력이 활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죠. 최근에는 4개의 사업이 연계돼야 효율성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통합센터로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가 2011년에 출범했습니다.
우선 전 생애주기적으로 여성 과학기술인들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사업을 넓은 시야로 보니 놓치고 있던 문제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핵심인재 육성 파이프라인이 잘 가동되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현재 우리나라 과학고나 영재고에 재학 중인 여학생 수는 매우 적습니다. 영재고의 여학생 비율이 6% 미만이더군요. 물론 과학고나 영재고 출신만 과학기술인이 되는 건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심층 교육을 받는 여학생이 너무 적은 현상은 문제죠. 공과대학 여학생 수도 몇 년간 답보 상태이고 또 출산 후에 연구현장에 돌아오는 여성에 대한 특별지원도 전무한 상태입니다. 사업을 통합하고 보니 할 일이 무척 많이 보이네요. 큰 도전이 있어서 좋습니다.

4W 사업이란?
WISE(Women In Science & Engineering)
우수 여학생의 과학기술친화력을 높이고 여성과기인 성공모델을 제시하는 여성과기인-여학생 멘토링 사업

WIE(Women Into Engineering program)
산업 현장에 필요한 멀티플레이어형 여성공학인력 양성을 위해 추진했던 여학생 공학교육 선도대학 지원 사업

WATCH21(Women’s Academy for Technology CHanger in the 21st century)
여성공학기술인력(대학원생)의 리더십 제고 프로그램

WIST(Women In Science & Technology)
여성과기인 역량 제고 및 활용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 및 정책연구

한국의 여성과기인의 현주소가 궁금합니다. 어떤 활약을 펼치고 있나요?

한국의 전체 연구개발 인력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7% 정도입니다. 아직 적은 편이죠. 그나마도 비정규직이 많아 고용상태가 불안정하여 연구에 전념하기 어렵고 임신·출산 후 연구현장에 복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2010년 연구책임자의 10%가 여성이라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여성과기인이 보여준 성과는 아주 많습니다. 유명희 미래전략기획관은 일찍이 국제 로레알-유네스코상 수상으로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인정받으셨고,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BK사업의 연구교수로 시작했지만 남다른 분야를 개척해 과학기술계에서 핵심적인 인물로 떠올랐습니다. 페르미연구소 김영기 부소장도 세계에서 거론되는 과학자입니다. 큰 기관의 부소장 역할을 맡아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죠. KAIST 기계과의 박수경 교수나 우주인 이소연 박사 등 아주 많은 분들이 훌륭한 역할모델로서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혜숙,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여성과기인들이 더 많은 활약을 할 수 있으려면 어떤 점들이 보완돼야 할까요?

우뚝 솟은 한 명의 스타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우선 ·가족 양립문제를 여성에게만 주문하지 말아야 여성이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를 낳는 건 여자만 할 수 있지만, 키우는 일은 엄마만의 몫이 아니니까요. 보육시설도 가족을 위한 것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아빠도 아이를 데리고 직장에 갈 수 있어야죠. 미국의 존슨앤존슨본사에 가보면 아빠와 함께 회사에 오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 회사는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최고의 보육시설을 회사 내에 설치했어요. 하지만 존슨앤존슨 한국지사에는 보육시설이 없습니다. ‘그 나라의 수준만큼 지원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으로 한국의 다른 기업에 유사한 보육시설이 없으니 둘 필요 없다는 거죠. 좋은 직장 보육 시설이 가족친화적인 경영의 일환으로 빨리 확대되면 좋겠습니다.

사회적인 인식개선과 함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여성과기인 활용은 양성평등이 아니라 큰 틀에서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남성의 특성과 여성의 특성이 골고루 과학기술계에 녹아든다면 과학기술계의 다양성이 높아져서 경쟁력도 함께 올라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성과기인 관련 예산과 사업비를 확충하고 효율적인 지원을 통해서 능력이 있는 여성이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여성과기인지원법이 없어도 되는 세상을 만들려면 과학기술계가 여성과기인을 통해 경쟁력이 높아지는 경험을 해야겠죠? 여성들이 과학기술계에 꼭 필요한 존재로 각인된다면 따로 지원하지 않아도 여성과기인의 숫자가 늘어나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도 자연스럽게 마련될 것입니다.

앞으로 센터를 어떻게 이끌어 가실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 생애주기적인 측면에서 여성이 활동할 수 있는 좋은 과학기술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선 중·고교 때부터 과학기술 분야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 여학생들이 과학기술계로 진출하고 전공을 유지하고 경력을 계발할 수 있게 단계마다 동기를 충분히 부여할 생각입니다. 특히 여성들이 국가과학기술미래비전에 주역으로 동참할 수 있게 멘토링 등의 제도를 정비하려 합니다. 과학기술계에서 멋지게 활약하는 여성이 많으면 우수한 여성 인력이 이공계로 진출할 것입니다. 일시적인 지원보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서 여성과기인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고 싶습니다.
현직 여성과기인 지원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남성에게 군대가 큰 난관인 만큼 여성도 한창 활발하게 연구할 시기에 임신·출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기를 잘 극복하면 과학기술인으로서 계속 성장할 수 있지만, 쉽지 않죠. 저희는 여성과기인에 대한 지원이 일방적 수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가과학기술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확신하면서 필요한 정책제안을 통해서 여성의 가시성을 높이고 여성과기인의 경력 관리를 돕는 활동을 계속할 것입니다.

국과위는 고유의 권한을 십분 발휘해 창의적인 우수 R&D 인력수급 문제도 풀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해외에서 먼저 인정한대로 우리의 여성 인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한국 과학기술계가 훌륭한 인적 자원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출처 | FOCUS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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