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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에 한 번, 태양이 주는 시련
CME, 전지구적인 재앙인가?

작년 ‘2012’라는 영화가 개봉되어 흥행에 성공했다. 지구 종말 시나리오에 기반을 둔 영화로 폭발적인 태양활동으로 방출된 뉴트리노가 지구 내부 온도를 급격히 상승시켜 대규모 지각변동을 유발하고, 이 때문에 인류가 대재앙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제시한 지구 종말의 과학적 원인이 정확한지는 제쳐두더라도, 고대 마야의 달력이 2012년에 끝난다는 점과 다음 태양활동 극대기가 2012년 근처라는 사실을 연관시켜 제법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지구종말 시나리오에 기반을 둔 영화 '2012'


재미있게도 NASA는 최근 “현재 태양활동이 비교적 잠잠하지만 2013년이 되면 강력한 플레어가 발생해 태양폭풍이 발생할 것이며, 그에 따라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보다 20배는 더 큰 경제적인 피해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영화 2012에서 제시한 시나리오와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정말로 인류는 영화 ‘2012’에서처럼 태양활동에 의해 대규모 재앙에 직면할 것인가? 대재앙까지는 아니더라도 NASA의 경고처럼 큰 경제적인 피해를 초래할 것인가?

코로나질량방출(CME, Coronal Mass Ejection)
CME태양의 물질이 직접 우주공간으로 방출되는 현상이다. 플레어와 함께 가장 중요한 태양활동 두 가지 현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개 플레어와 CME는 동반하여 일어나지만 플레어와 CME는 몇 가지 상반되는 특징을 보인다.
플레어태양의 자기에너지(magnetic energy)가 열이나 빛의 형태로 폭발하듯 방출되는 반면, CME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 태양의 물질이 직접 우주공간으로 분출된다. 플레어는 빛의 방출이므로 8분 남짓이면 지구에 도달하여 영향을 주지만 CME는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빠른 것이라도 초속 3000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이 속도도 물론 엄청난 빠르기지만 이렇게 빠른 CME도 지구까지 도달하려면 최소한 하루나 이틀이 소요된다.

앞서 언급한 영화 ‘2012’는 폭발적인 CME가 굉장히 드문 현상인 것처럼 묘사했지만 사실 CME와 같은 태양활동 증가 현상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인류가 태양을 관측한 이래 평균 11년을 주기로 꼬박꼬박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자연현상의 하나일 뿐이다. 또한 CME가 방출될 때 다량의 뉴트리노가 발생한다는 근거도 없거니와 뉴트리노는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는 입자이기에 영화에서처럼 지구 내부 물질과 상호작용하여 가열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번에 NASA에서 발표한 CME는 그동안 숱하게 관측된 정상적인 천문현상일 뿐, 영화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대재앙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CME와 지구 자기권의 모습. CME는 지구 자기장을 압축하여 지자기폭풍을 일으키고 극지방에 오로라를 발생시킨다.

이번의 CME가 역사상 최대 규모도 아니다. 태양관측이 기록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태양활동은 1859년에 일어났다. 그 해 9월 1일 영국의 천문학자 캐링턴은 태양관측사상 가장 큰 플레어를 관측했으며 이 플레어는 대규모의 CME를 동반했다. 당시의 CME는 불과 18시간만에 지구에 도달했으며 9월 1일과 2일 전 세계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기폭풍이 일어났다. 자기장 교란이 어찌나 심했던지 유럽과 미국 전역의 전산시스템을 마비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카리브해와 같은 저위도 지역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비교적 최근 기록 중에는 1989년의 CME가 가장 대규모로 꼽힌다. 1989년 3월 9일 발생한 CME도 엄청난 자기폭풍을 일으켜서 궤도상의 여러 인공위성들의 통제가 수 시간 동안 불가능했으며 지구자기장 교란으로 캐나다의 전력회사 전력망 회로차단기가 오작동하여 퀘벡주 전역이 9시간 동안 정전을 겪기도 했다.

CME로 발생하는 피해, 어떻게 대비할까?
CME는 플레어와 마찬가지로 태양 내부의 자기적인 불안정 때문에 일어난다. 요즘처럼 태양활동이 조용할때는 CME가 드물게 일어나지만 태양활동이 최고조일 때는 하루에 수차례의 CME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구에 도달한 CME는 지구 자기장을 말 그대로 ‘불어내어’ 압축시켜서 자기권을 변형시키고 고에너지 입자들의 일부가 지구 자기력선을 따라 극지방의 지구 대기권 상층부로 들어와 오로라를 형성한다.

NASA의 태양관측위성, SOHO(SOlar Heliospheric Observatory)가 관측한 CME의 발생 모습. 약 7시간에 걸쳐 왼쪽 위 10시 방향으로 CME가 방출되고 있다.


한편 지구자기권의 변형은 지전류를 유도하여 지상의 전력시스템에 장애를 주어 정전을 일으키거나 송유관을 부식시켜서 경제적 손실을 일으킬 수 았다. 자기장폭풍은 전리층을 교란하여 지상의 장거리 무선통신이나 위성통신에 장애를 일으키는가 하면 GPS 신호에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다. 자기폭풍에 의한 고층대기의 밀도변화는 인공위성의 궤도변화를 초래하여 위성의 수명을 단축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번 CME는 어느 정도의 파괴력일까? 미국해양대기청(NOAA) 산하 우주환경예보센터(SWPC)는 이번 24주기의 태양활동극대기는 2013년 5월경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극대기에 나타나는 일일 최대 흑점수는 90개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극대기 평균 일일최대흑점수인 114개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일 최대 흑점의 개수가 플레어나 CME와 같은 태양활동현상이 얼마나 자주 일어날지 짐작할 수 있는 지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번 CME가 우려만큼 강력하지는 않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다만, CME가 전자기기와 전파시스템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과거에 비해 전기와 통신에 대한 의존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만큼 심각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CME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CME가 발생할지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행히 일단 CME가 발생하면 언제 지구에 도달할지는 예측이 비교적 용이하여 12시간 이내의 오차범위로 CME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의 시점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CME가 전지구적인 재앙인 것처럼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허구일 뿐이다. 과도한 우려가 부질없음을 우리는 이미 2000년의 밀레니엄버그 사태를 통해 겪었다. 막연한 불안감에 불필요한 걱정을 하기보다는 다가올 위험을 냉정히 평가하여 그에 맞는 대처가 필요하지 않을까?
                                                                                                     출처 : FOCUS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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