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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실험실을 빠져나와 무대에 서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과학 분야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어렵고 전문적인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그러나 단순하지 않게 풀어내는 필력. 50만 독자가 선택한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는 바로 이 필력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10년 만에 개정증보판을 출간하고 우리에게 다시 찾아온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를 들여다본다.


크로스오버 콘서트,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아인슈타인은 뇌를 15%밖에 활용하지 않았다? 만리장성은 달에서도 볼 수 있다? 우리는 한번쯤 이러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진실인가? 허구인가? 여기 그 답을 제시해 줄 책이 있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는 우리가 실생활에서 느끼지 못했던 과학적 요소들을 쉽고, 재미있게 엮은 책이다. 사실 에디터 역시 과학이라고 하면 오 마이 갓! 부터 외쳤던 인문학부생이었다. 물리 시간에는 진도를 따라가기 어려웠고, 수학에서 나오는 기호만 봐도 몸서리를 치는 전형적인 인문학부 학생. 하지만 이 책은 기본적으로 그런 사람들까지 포용하는 과학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며 과학은 어렵고 따분하다는 통념을 일소한다. 그리고 그 목표답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콘텐츠로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쉬지 않고 읽을 수 있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내용 중에서
'크리스마스 물리학 : 산타클로스가 하루 만에 돌기엔 너무 거대한 지구' 부분이 인상 적이었다. 사실 크리스마스를 3개월 정도 남겨둔 지금 에디터의 관심을 확 끌었던 제목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내용의 충실함 덕분에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스갯소리지만, 꼭 이 챕터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여러분이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산타할아버지가 얼마나 가혹한 운명을 갖고 있는 지 깨달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책의 계산에 따르면 산타 할아버지는 106만 마리의 사슴들이 끄는 썰매에 1억 6천만 kg의 선물 꾸러미를 싣고, 0.0007초 만에 굴뚝으로 들어가 선물을 나누어 주고 나와야 한다. 그 뿐이랴, 중력의 14억 배나 되는 힘을 이겨내야 하고, 31시간 동안 1억 6천만 가정을 쉬지 않고 돌아야 하니.. 이쯤 되면 우리는 산타할아버지가 ‘초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웃음)

몇 가지를 더 살펴보자. 아래 이야기는 과학의 눈으로 본 생활 속 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영원한 봄의 도시’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멕시코 모렐로스 주의 주도 쿠에르나바카에서는 버스들이 몰려다니는 일이 별로 없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버스가 개인 소유이기 때문에 버스들끼리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 그래서 속도를 조절해 앞뒤 차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 벌려 자신의 버스에 좀 더 많은 승객을 태우려고 한다. …… 두 과학자는 쿠에르나바카의 버스들을 ‘1차원 도로를 따라 움직이는 입자’라고 가정하고, 버스들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 벌려 많은 수의 손님을 태우려는 가상의 힘이 존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버스들 사이의 시간 간격이 무작위 행렬 이론으로 기술되는 분포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미시 양자계를 기술하는 물리학 이론으로 멕시코 버스의 ‘원활한 버스 운행의 비밀’을 파헤친 것이다.』

교통의 물리학: 복잡한 도로에선 차선을 바꾸지 마라중에서.

또 다른 이야기인 미국 백화점 계산대의 내용도 흥미롭다.

『게다가 미국에서는-고객들은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계산대 쪽 바닥이 다른 부분에 비해 약간 높게 설계돼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물건을 잔뜩 실은 카트를 밀고 경사진 비탈길을 올라가는 것은 쉽지 않다. 주부가 필요한 물건들을 카트에 넉넉히 담아 계산을 하려고 계산대 쪽으로 가다 보면 조금씩 힘이 들게 된다. 따라서 걷는 속도도 조금씩 느려지고, 그러다 보면 눈에 띄는 물건이 있을 때 카트를 멈추고 집어들 확률이 높아진다.』

「자본주의의 심리학: 상술로 설계된 복잡한 미로-백화점」 중에서


이처럼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과학 자체 분야만 다룬 것이 아니라 이를 심리, 사회, 경제, 미술,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와 연결시켰다는 것이다. 가령 현대 미술의 거장 잭슨 폴록의 그림에 카오스 이론을 결합시키기도 하고, 바흐에서 비틀스까지 사랑받는 음악 속에 숨겨진 공통된 패턴을 추출하기도 하면서 과학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여러 학문과 세상의 이야기를 이종 교배하여, 크로스오버 콘서트의 묘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개정증보판을 통해 출간 후 10년 동안 과학계의 변화, 특히 이 책의 주제인 '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세계 중 하나인 인간 사회를 이해' 하는 데 과학이 얼마나 유용해졌는지를 살펴보는 '커튼콜'을 추가했는데, 중국 식당의 포춘 쿠키가 제시하는 로또 숫자와 현대 과학이 제시하는 로또 숫자 중 누가 더 수익률이 높을까를 다투는 로또 실험, '현대 과학, 로또에 도전하다 '에서부터 '복잡계 과학,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다'까지 읽다보면 10년간의 과학계를 한 자리에서 이해하게 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다. 100여 컷의 올컬러 이미지는 독자를 위한 보너스! 

Good : 과학에 대한 즐거움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착한 책.
Bad   : (이전 판을 읽은 독자라면,) 선뜻 사기엔 그리 새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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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가이(Good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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