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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화학상 수상자 콘버그 교수와의 만남

얼마 전 KIOST에서 주관하는 200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로저 콘버그(Roger D. Kornberg) 교수의 강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콘버그 교수는 스탠포드 의과대학 교수 겸 건국대학교 석학교수로 재직 중인 분입니다. 만약 생물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콘버그효소’ 라는 것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콘버그 교수는 분자생물학의 핵심인 Central Dogma 이론에서 DNA가 RNA로 변하는 전사과정을 밝혀냄으로써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Central Dogma가 뭐야?’ ‘DNA가 RNA로 변하는 건 또 뭐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지금 여기서 이 이론을 설명하면 아마 제 글을 읽기 싫어하실 것 같으니 이 과정은 생략하겠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DNA가 RNA로 변하는 과정에서 효소가 작용하는데 이 효소를 발견한 사람이 콘버그 교수입니다. 그래서 자기 이름을 따서 ‘콘버그 효소’라고 부른 것이죠.

자 그럼 콘버그 교수의 강연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아볼까요?

이번 콘버그 교수의 강의는 KIOST에서 주관한 강연회 입니다. KIOST는 구 한국해양연구원을 말하며 2012년 7월부로 국토해양부로 옮겨지면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여러 가지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고등학생들에게 전하는 콘버그 교수의 강의입니다.

안산에 위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대강당에는 콘버그 교수를 환영하는 문구와 강연 배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강연 시작이 3시부터였는데요. 저는 10분 일찍 도착하여 현장을 촬영하였습니다.

벌써 현장에는 많은 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대강당에는 자리가 없어서 이렇게 대강당 밖에 의자를 설치하여 더 많은 학생들이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습니다. 밖에서 보는 학생들의 열정이 느껴지네요!! 자랑스러운 한국의 과학도들이죠?


이번 강연은 순전히 학생들이 자진하여 신청하였는데요, 물론 담임선생님이 강연 공고를 보고 학생들에게 들려주면 좋을 것 같아 단체로 신청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밖에서는 이렇게 영상으로 강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밖에 있는 학생들도 대강당의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 감독님들도 보이네요.

모든 소개가 끝나고 드디어 노벨상 수상자 콘버그 교수가 단상에 올랐습니다. 콘버그 교수는 한국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영어로 강연이 진행되었는데요. 고등학생들이 주 청중이다 보니 콘버그 교수님의 제자분이 직접 통역을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고등학생들이 어려움 없이 강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1. 콘버그 교수의 학창시절 이야기


콘버그 교수는 강연을 듣는 고등학생들에게 자신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했습니다. 콘버그 교수는 학창시절 고등학교 화학수업에서 금속의 산화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 수업에서 콘버그 교수는 구리와 황산을 섞는 실험을 했는데 구리가 황산과 섞이면서 푸른빛을 띠는 것을 보고 매우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날의 실험을 계기로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면서 여러 가지 과학실험을 하게 되었고, 대학에 들어가서 세포막의 인지질 층이 확산되는 실험을 한 후 석·박사 시절 NMR을 이용하여 단백질 구조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고 합니다.

2. 노벨상으로 이끈 실험


콘버그 교수는 DNA에서 RNA로 전사되는 과정을 밝힘으로써 노벨상을 받았지만 자신은 그것보다도 그 전에 실험했던 ‘히스톤 단백질’에 대한 연구가 더욱 감명 깊게 남았다고 말합니다. 우리 몸에 있는 염색체는 길이가 10nm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DNA는 길이가 1m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1m나 되는 DNA가 염색체 안에 있어야 한다면 엄청나게 꼬이고 꼬여서 압축되어 있다는 것이 되겠죠. 그래서 콘버그 교수는 DNA가 어떻게 그렇게 압축될 수 있는지 실험을 하였다고 해요.

솔직히 이 실험을 하기 전 콘버그 교수 이외에도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밝히려고 노력했으며, 그 기간만 해도 1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밝혀내지 못한 것이죠. 그것을 알면서도 콘버그 교수는 이것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으며 이것을 밝힘으로써 우리 인류에 크게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DNA는 히스톤이라는 단백질에 묶여 있는 구조이며 히스톤 단백질은 H1, H2A, H3A, H4와 같은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X-ray 크리스털 공법’으로 밝혀내게 되었습니다. 콘버그 교수는 100년 동안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가 자신에 의해 풀릴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번 강의는 과연 한국에서 하는 강연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콘버그 교수와 학생들 간의 소통이 원활했습니다. 콘버그 교수는 강연 중간 중간 질문을 받았는데요, 제가 참여했었던 지난 강연들과는 달리 많은 학생들이 손을 들고 질문을 하였습니다. 제가 고등학생일 때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이제 정말 좋은 분위기로 강연이 진행되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학생들의 질문은 매우 다양했는데요, 여기서는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Q. 한국에는 아직 노벨상이 없는데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가요?
A. 노벨상 수상의 키워드는 ‘인내’와 ‘꾸준함’입니다. 그것이 없다면 절대 노벨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과학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연구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위해 계속해서 연구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입니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와 있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한국 같은 경우 반세기만에 엄청난 과학발전을 이룬 나라입니다. 노벨상의 역사는 100년이 넘습니다. 이제 한국도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기술력 또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곧 한국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Q. 연구 분야를 정하고 목표를 세우는데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A. 좋은 질문입니다. 과학을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연구 분야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번 정한 연구주제가 평생의 연구주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는 석·박사 과정에서 연구 분야를 ‘NMR을 이용한 단백질 구조분석’으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박사과정을 마치고 나서 박사 후 과정에서 NMR이 아닌 ‘X-ray 크리스털 공법’을 이용한 단백질 구조분석으로 바꾸었습니다.
NMR은 핵자기공명을 이용한 구조분석인 반면 X-ray 크리스털은 말 그대로 X-ray를 이용하여 구조를 밝히는 것입니다. 저는 NMR 이외의 단백질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NMR 이외에도 X-ray 크리스털 공법과 같은 실험을 추가로 더 공부하고 배웠습니다. 현재 여러분들에게 정말 추천해드리고 싶은 것은 다양한 연구를 해보라는 것입니다.
Q. 아버지 또한 노벨상 수상자이신데 아들로써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나요?
A. 저희 아버지는 저에게 자신이 노벨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숨기셨습니다. 아무래도 과학을 공부하는 자식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 아버지가 노벨상 수상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석·박사과정을 하면서 아버지의 노벨상 수상을 믿게 되었고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몸소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아버지가 정말 존경스러웠으며 학창시절 아버지께서 노벨상 수상자라는 것을 숨겨주신 데에 큰 감사를 표하고 있습니다.
Q. 혹시 콘버그 교수님의 자식들도 과학을 전공하나요?
A. 하하하~ 전혀 아닙니다. 저는 아들 2명과 딸 1명이 있는데요, 큰 아들은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고 둘째 딸은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막내아들은 16살인데 야구를 공부하고 있습니다~(웃음)
Q. 연구가 잘 되지 않아서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였나요?
A. 당연히 연구가 잘 안되면 힘들곤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냥 이 연구 자체가 잘되든 안 되든 재미있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마음가짐이 저를 노벨상으로 이끈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들도 정말 자신이 원하고 재미있어하는 분야를 꼭 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아무리 힘들어도 극복이 될 것이며 오히려 힘들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정말 엄청나게 많은 질문들이 오고 갔습니다. 예정된 강의 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열의가 가득했었죠. 지체된 시간에도 불구하고 콘버그 교수님은 학생들의 질문을 최대한 받기 위해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렇게 학생들의 질문이 끝나고 강연이 종료되자 학생들은 열렬한 박수로 콘버그 교수의 퇴장을 빛내주었습니다.

운 좋게도 저는 학생들이 전부 나가고 따로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남아 사진을 찍어준 콘버그 교수에게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생명과학이 전공이 저에게는 쉬운 강의였지만 콘버그 교수의 연구에 대한 열정을 들을 수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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