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매체, 어디까지 왔나?

주방에서 아무리 요리를 잘하는 7성급 요리사라도 냉장고에 요리 재료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트에 가서 장을 봐서 그날 다 써 버리거나 전화로 다른 사람의 요리를 시켜먹는 방법밖에는 없을 겁니다. 디지털세계에서 저장장치는 이런 냉장고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내 바로 옆에서 필요할 때 나의 정보를 꺼내고 다시 보관할 수 있는,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우리 생활을 소리 없이 바꾼 일등공신입니다.  

윙~소리를 내며 빙글빙글 도는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긴 플로피디스크를 기억하시나요? 1960년대 개발되어 약 3~40년 이상 대중에게 널리 이용되었던 플로피디스크는 용량이 작았기 때문에 여러 장을 바꾸며 프로그램을 구동시키고 게임을 해야 했던 추억들이 지금 2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조금씩 있을 겁니다. 

5.25인치 플로피디스크, 한 장에 1MB도 되지 않는 용량에 자석에 닿거나 꺾이게 될 경우 다시 사용하지 못하는 등 데이터의 안전성에도 큰 문제가 많았습니다.

출처:@avlxyz / (http://www.flickr.com/photos/avlxyz/5767427108/)

필름 재질의 디스크 표면에 금속물질을 얇게 도포하고, 자석의 N극과 S극을 이용해 저장과 읽기를 했던 플로피디스크의 방식은 저렴한 가격에 일반인에게 많이 쓰였지만 쉽게 파손되고 데이터가 지워지며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 작았기에 많은 불편함을 주었습니다. 이때 나타났던 새로운 장치가 바로 하드디스크입니다. 플로피디스크와 대부분의 기능은 동일하지만 금속 코팅을 한 판, 플래터의 도입을 통해 용량을 높이는 대신 휴대성을 낮추고 컴퓨터 안에 설치되는 주변기기의 하나로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출처:@Roberto F.(http://www.flickr.com/photos/robfon/2174992215)

하드디스크 내부 저장장치 헤드와 플래터(Platter)의 모습. 플래터는 나노미터 단위의 얇은 철과 비자성물질이 표면에 있어 이 곳에 자성을 부여하여 정보를 저장합니다.

그 다음의 하드디스크의 기술은 ‘어떻게 하면 자성을 더 강하게, 더 조그만 공간에 많이 정보를 넣을 수 있을까’였습니다. 이 때 1988년, 새로운 기술이론이 등장합니다. 바로 GMR(Giant magnetoresistance)이라 불리는 거대자기저항 이론의 발견이었습니다. 파리의 알베르 페르 교수(Albert Fert)와 독일의 피터 그륀베르크 교수(Peter Grünberg)자성을 쉽게 띄는 철과 자성이 잘 띄지 않는 크롬을 1나노미터 정도로 얇게 만들어 서로 붙였을 때 기존의 철에 비해 자성을 띄는 정도가 매우 커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통해 더 작은 크기의 공간에서도 쉽게 서로 반대되는 자성, 즉 0과 1을 띨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발견한 것입니다. 또한 IBM은 10년 뒤 이 GMR기술을 이용한 기존보다 더 용량이 커지고 속도도 빨라진 (똑같은 공간에 저장을 많이 할 수 있는,) 하드디스크를 상용화 했고, 위의 두 교수는 200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계속된 기술개발로 1메가,2메가바이트를 저장하던 시대에서 지금은 1테라바이트,2테라바이트 이상을 집안에서 손쉽게 저장하고 보관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사진줄처: IBM

최근 이런 자성을 이용한 저장기술은 기술적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지난번 IBM에서 발표한 새로운 저장기술은 우리의 상상을 더 뛰어넘는 기술이었습니다. 기존에 자성을 이용한 저장을 할 때 1bit의 정보, 즉 0과 1을 구분할 때 필요한 원자의 최소단위는 거의 100만개 이상이었습니다. 하지만 STM을 이용해 직접 철 원자를 조작해 단 12개 원자만으로도 위에 언급했던 0과 1의 구분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이론적으로는 거의 10만배, 상용으로는 100배 이상 지금 사용하는 하드디스크의 저장용량을 늘릴 수 있는 이론적인 토대가 마련된 것입니다. 

100개도 되지 않는 원자로 2진수 8자리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IBM연구 동영상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hpKMShooDBo&feature=player_embedded

저장장치의 발달은 앞으로 계속 될 것이고, 과학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은 기억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그 저장해놓은 정보를 전부 제대로 사용하고 있나요?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잠시 ‘저장, 소장’하려던 것에서 일단 ‘저장’해놓고 나중에 보자고 아무 의미 없이 보관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나중에 다시 볼 수 없기에 먼 길을 가서 보고 온 옛날 필름영화가 다시 보면 그때의 감동이 살아나지 않는 것처럼, 세상엔 저장해놓지 않아도 되는 기억들, 추억들도 함께 공존하는 것은 아닐까요? 뮤지컬이나 아름다운 자연, 행복한 시간을 즐길 때는 저장하지 않고 자신의 두 눈에, 내 마음속의 저장장치에 추억을 기록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진출처: @t23e(http://www.flickr.com/photos/t23e/1208600250)

장소와 기록, 그림과 영상은 남아있지만 그때 우리가 느꼈던 추억, 감동은 이미 날아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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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가이(Goodguy)

우리 생활 속 과학이야기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탐방기 <1> - IT 기업편
(Intel, CISCO)

Intel 전시관 앞의 전경


 본격적인 탐방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추천 꾹~!!

 인텔 (Intel)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반도체 (Semi-conductor) 기업입니다. 한국의 삼성전자 (Samsung Electronics) 또한 반도체 기업인데, 다루는 분야가 약간 다릅니다. 인텔의 주력 품목은 마이크로프로세서와 각종 집적회로를 설계 및 제작하는 기업입니다. 흔히 컴퓨터를 구매 할 때 CPU (중앙연산처리장치) 라고 불리는 부품을 생산하는 반면에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주로 메모리를 주력으로 생산합니다. 흔히 RAM 이라고 불리는 부품 이며 그 외에도 낸드플래시 메모리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현재 까지는 반도체 기업 중에 인텔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여러 분석 결과에 의하면 삼성전자가 2014년경에는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으로 올라선다는 분석도 있다고 하네요.

 다시 인텔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인텔 역시 미국의 여러 IT 기업들과 같이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에 창업 기반을 두고 있는데요, Caltech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출신의 고든 무어와 로버트 노이스가 공동 창업 하였습니다. 원래 Intel의 기업 명칭은 ‘Intergrated Electronics Corporation’ 이라는 이름이었는데요, 인텔 창업 전에 이들은 인텔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Fairchild Semiconductor’를 설립하였습니다. 여기서 세계 최초의 상업용 집적회로(IC) 칩이 발명되었으며, 현재도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인텔로 대부분이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Fairchild 회사 또한 ‘윌리엄 쇼클리’ 라는 공학자와 같이 한 회사에서 떨어져 나와서 세우게 되었는데요, 때문에 ‘8명의 배신자’ 라는 스토리로도 유명하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찾아보세요.^^

Intel Quality Award

 앞서 파란만장(?) 한 인텔의 창업 스토리 이후에 인텔은 트랜지스터와 소켓 및 각종 회로를 한데 모아놓은 집적회로 및 마이크로프로세서 연구 및 개발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이 후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 이후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386, 486 프로세서 및 팬티엄 프로세서 및 현재의 Core i7 프로세서까지, ‘CPU = 인텔’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버렸죠. 이러한 인텔이 현재까지 있게 해준 데에는 세계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 이외에도 ‘품질 (Quality)’ 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작용했습니다.

 이 전까지 산업혁명 이후에 대부분의 중공업, 중장비, 자동차 등의 Ford의 컨베이어밸트 생산방식 등의 혁명을 거쳤지만, Intel과 같은 micro chipset을 제조하는 초미세 공정에서의 생산공정 관리 및 품질관리는 상당히 까다로운 축에 속합니다. 이는 약간의 오차나 불량이라도 허용하지 않는 전자부품 및 IT 업종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듯, 인텔은 품질을 제일시하여 관련 상을 제정 해 두었습니다.

무어의 법칙

 
 또 하나 인텔에서 유명한 점은 바로 ‘무어의 법칙 (Moore’s Law)’ 일 것입니다. 이는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1965년 Electronics 라는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향후 집적회로의 성장에 대해서 전망 했는데, 이것이 ‘무어의 법칙’ 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라는 말인데, 이는 곧 전체적인 컴퓨터의 성능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비슷한 논지로, ‘컴퓨터의 가격은 18개월 마다 반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무어의 법칙의 조건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삼성전자의 황창규 사장이 2002년 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에서 ‘메모리 신 성장론’을 주장하며 메모리반도체의 집적도가 1년에 2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에 반하는 이론을 주장하였습니다. 이는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에서 그대로 드러났는데, 2008년 이전까지 실제로 삼성전자는 1년마다 2배의 집적도의 메모리를 개발 하였으나, 2008년에 128GB NAND 플래시 메모리를 발표하지 않음으로써 이 이론은 깨지게 되었습니다.

공동 창업자 Robert Noyce 의 명언


  고든 무어와 함께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Robert Noyce의 명언이 인텔에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Don’t be encumbered by history, Go off and do something wonderful‘ 이란 말을 인텔 전 직원에게 했다고 하네요. 즉, 지금까지의 과거, 역사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무언가 좀 더 대단한 일을 하라 ! 라는 건데요, 인텔이 오랜 시간 동안 지속 될 수 있던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인텔과 동종업계에 AMD 라는 마이크로프로세서 메이커가 있긴 합니다만, 인지도 등의 여러 면에서 볼 때에 Intel 의 광고문구처럼 그야말로 컴퓨터는 대부분 ‘Intel inside’ 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

CISCO 본사 캠퍼스의 앞의 전경

 다음으로 ‘CISCO’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약간은 생소할 수도 있는 이 기업의 정식 명칭은 ‘CISCO Systems’입니다. 주로 B2B (Business to Business) 방식의 사업을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에게 많이 친숙 한 편은 아니지만,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과 많은 관련이 있습니다. 각 국가의 통신서비스 회사에서 각 가정에 인터넷이 들어오기 까지 많은 경로와 장비가 필요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네트워크 솔루션 및 이에 따른 장비를 설계 및 공급해주는 세계 제일의 업체가 바로 CISCO Systems입니다. 그 외에도 가정용으로 볼 수 있는 것으로는 인터넷 유무선 공유기가 있겠네요.

 그 외에 현재 인터넷전화로 불리는 VoIP 기반 기술의 전화기와 라우터, 서버, 케이블 TV의 셋톱박스 등의 다양한 하드웨어 및 서버 및 통신 관리의 소프트웨어 등의 제품군이 있습니다. 앞서 인텔이 조금 더 전자회사라면, CISCO는 통신 및 관련 장비 등을 취급하는 회사라고 보면 되겠네요.

CISCO 본사 로비 모습

 역시나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 캠퍼스가 위치한 CISCO는 특이하게도 본사가 한 군데에 한 건물에 몰려 있는 것이 아니라, 실리콘밸리 곳곳에 흩어져서 분포하고 있었습니다. 이 근방에는 정말 이름만 대면 알 것 같은 기업들이 가는 길 도중에 간판을 걸어놓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CISCO는 약간 특이하게도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캠퍼스라고 부르는 여러 개의 CISCO 건물들이 실리콘밸리 안에서 흩어 져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서버실과 엔지니어들이 근무하는 건물에 방문 했습니다.
 
 우리 일행을 맞이한 분들은 인도 출신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였으며, 현재 CISCO에서 수석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CISCO 회사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과 그들이 하는 일 등을 설명 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외국인으로서의 미국 생활 등을 잘 말해주었는데, 특히나 실리콘밸리의 문화는 출신, 배경을 묻기 보다는 능력과 기술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는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진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정말 뛰어난 아이디어만이라도 있다면, 이를 구체화 시켜줄 팀과 자본, 기술, 경영은 함께 따라오는 좋은 벤처의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 실패를 용인해주지 못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정말 부러운 점 이었습니다.

CISCO 지하 서버실

 여러 가지 통신 기술 등에 관한 개략적인 설명을 듣고서, 지하 서버실을 탐방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곳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물론 공개되어서는 안될 수준의 부분은 아니었지만, 출입에 일정 절차가 따랐습니다. 그리고 내부는 엄청나게 덥고, 각종 기계음과 모터소리로 굉장히 소음이 심해서 시끄러웠습니다. 최근 각종 IT 기업 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비대해지는 데이터의 보관 및 처리가 굉장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지반이 불안한 일본열도의 기업들은 재빠르게 부산 등에 데이터 센터를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고, 인터넷의 발달 이후에 최근 모바일 기기와 통신의 발달로 인한 ‘Big Data’ 의 증가와, data mining의 필요성 또한 대두되고 있습니다. 직접 이런 곳을 방문해 보니 느낄 수 있는 건, 이러한 다른 IT 기업 – Google, IBM 등 – 또한 대규모의 서버를 보유 하고 있을텐데, 실제로 이런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한 서버를 냉각시키는 데에 소모되는 전기량이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지구온난화 등에 일조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좀 더 친환경적인 데이터의 관리 방법이 필요하게 됩니다. 가상화 (Virtualization) 방식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Google의 행보가 굉장히 궁금하군요. ^^

CISCO 지하 Database 실

 CISCO 에서도 처리하는 데이터가 늘어나고 있어서, 비어있던 부분도 계속 장비가 들어와서 채워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 보이는 가장 작은 단위의 디스크 하나 조차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데이터의 단위를 넘어서는 정도의 큰 용량이라고 하네요. 이처럼 직접 데이터를 다루거나, 특히나 고객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처리하고 보관하는 등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더 정보, 데이터가 중요해지는 시대에서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봅니다.

 그 외에도, 방문 해 보지는 못했지만, Microsoft, Yahoo!, Facebook 등의 본사들이 실리콘밸리 도처에 있었지만 아쉽게도 지나가는 길에 구경만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다룬 인텔, 시스코는 한국어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으니 www.intel.co.kr 및 www.cisco.co.kr 을 참조 하시면 더 많은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블로그 기자 박 헌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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