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기계, 그리고 집안일
가전제품은 여성을 노동에서 해방시켰을까?
백여 년의 시간 동안 여성들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그렇다면 지난 세기 사회 변화의 큰 축을 담당한 과학기술은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과학기술이 실로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의 삶과 복잡한 관련을 맺은 탓에 과학기술과 여성의 관계를 한 마디로 정리하기란 어렵다. 여기서는 가정에 도입된 가전제품들이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이라 여겨진 가사노동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통해, 과학기술과 여성의 삶, 그 관계의 한 단면을 들여다보고자한다.
깨끗한 집 : 세탁기, 다리미, 진공청소기
19세기 말 전등과 전기모터가 도입되자, 인류는 지루하고 힘든 노동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미래, 진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특히 페미니스트들은 가정에 도입된 전기가 가사노동을 기계화해 결국 여성들을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라 생각했다. 원격으로 조절되는 자동기계인 미래의 집에서는 버튼만 누르면 원하는 음식이 뚝딱 나오고, 자동감지시스템이 스스로 더러움을 정화할 것이라는 상상이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한 듯, 1890년대부터 제너럴일렉트릭과 같은 가전제품 회사들이 등장해 다양한 전기기구들을 내놓았다.

20세기 초 독일에서 판매된 가정용 세탁기
여러 가전제품들 중,
다리미, 세탁기, 진공청소기는 단연 인기를 끌었다. 청소와 빨래, 세탁물 관리는 여러 가사노동 중 노동 강도가 가장 센 축에 속했고, 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따라서 진공청소기, 세탁기와 같이 노동 강도를 줄여주는 가전제품들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확산되어 곧 중산층 가정의 필수품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다리미, 세탁기, 진공청소기 없이 깨끗하고 세련된 도시생활을 영위하기란 불가능해 보일 지경이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1910년 실린 진공청소기 광고
이러한 가전제품의 도입으로 여성들의 가사노동이 줄어들었을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1860년에서 1960년 사이 여성이 가사노동에 투여하는 평균 시간은 줄어들지 않고
가사 노동의 가짓수와 형태만 달라졌을 뿐이다. 빨래를 빨래판에 주무르거나, 양탄자를 세게 쳐 먼지를 터는 힘겨운 노동이 세탁기나 진공청소기의 버튼을 누르는 가벼운 노동으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여성들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홀로 더 자주 가사노동을 해야 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가전제품이 도입되기 전까지 큰 힘이 필요한 가사노동은 다른 가족구성원들과 공동으로 수행했다. 이불이라도 빠는 날이면 온가족이 모여 세탁조에 발을 담그고, 발로 밟아 때를 빼고, 빨랫줄에 널어 주름이 펴지도록 온종일 두드려야했다. 하지만
세탁기, 진공청소기가 도입되면서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더 이상 가사노동에 힘을 보태지 않았다. 또한 이들 가전기기의 등장으로 정리정돈과 위생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져버렸다. 과거에는 웬만큼 더러워도 참고 지내던 가족들은 가사노동의 부담이 줄어들자 이제 깨끗한 옷을 입고, 티끌 없는 집에서 생활하길 원했다. 주름 하나 없이 새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남편의 모습은 가정주부의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될 정도였다. 게다가 1930년대 세균설이 유행하면서 가정은 세균들이 득실대는 외부세계로부터 가족구성원들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수호하는 안식처가 되어야한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가정주부들은 더 많은 시간을 청소와 세탁에 투자해야만했다. 결국 가전제품은 여성들을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기는커녕,
예전에 없던 임무와 기대치를 여성들에게 부과한 것이다.
결국 가전제품으로 가사노동에서 해방된 이들은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다.
따뜻한 가족: 전기 주전자, 전자레인지
세탁기, 진공청소기와 같은 빠르게 확산된 가전제품이 있는가 하면, 전기프라이팬, 전자레인지 등, 몇몇 조리기구들은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느리게 선택·도입되었다. 이미 19세기 말부터 부엌 조리기구로 가스스토브가 도입되어, 새롭게 등장한 전기 조리기구들이 비싼 가격에 비해 별다른 매력이 없었던 탓이기도 했을 뿐 아니라, 문화적 저항감도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 소재한 링컨 가문 저택의 스토브. 당시의 스토브는 난방과 조리를 겸하고 있었다.
애초 땔감을 넣어 불을 지피던 육중한 크기의 스토브는 조리기구 뿐 아니라, 난방기구의 역할을 겸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가족 구성원들은 따듯한 스토브를 중심으로 모여 앉았고, 이 스토브에서 굽고 끓이는 모든 종류의 요리를 했다. 말하자면 거실과 주방의 융합 공간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전기 조리기구들은 달랐다. 크기가 작아진 전기 조리기구들은 다루기 쉽고 빠른 조리가 가능했지만 각 기기의 용도별로 한 가지 일만 수행했고, 무엇보다 요리를 부엌이라는 공간으로 협소화시켰다. 전기 조리기구들은 어떤 의미에서 전통적인 가족생활을 해체시켰던 셈이다. 이 때문에 가정주부들은 전기 조리기구들을 구매하기 망설였고, 십여 년이나 세월이 흘러 전기기구로 가득 찬 현대화된 가정에 대한 동경이 생겨난 이후에야 전기 조리기구들이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전기 조리기구들도 현대 부엌을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리기구들이 여성들을 가사부담을 줄이는 데는 얼마나 기여했을까? 조작하기 쉽고 안전한 전기 조리기구들은 확실히 요리를 수월하게 해 주었다. 현대 주방의 총아, 전자렌지만 보아도 이 간단한 기계 덕분에 누구든 버튼만 누르면 제법 훌륭한 요리를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세탁기의 역설’이 여기서도 일어났다.
편리한 조리도구가 등장하면서부터 가정 요리는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것이다. 육중한 스토브 시대에 가정에서는 주로 스토브로 만들 수 있는 스프나 빵을 주식으로 단순하게 먹었지만, 다양한 전기 기구들이 도입된 이후 가정주부들은 가족들을 위해 볶고, 튀기고, 끓이고 굽는 실로 다양한 요리들을 만들어냈다. 전기 조리기구들은 가정에서 여성 스스로 이전보다 다양한 일을 하도록 만들거나 혹은 직장에서 가정까지 여성들의 이중 노동이 가능케 하는데 일조한 셈이다.
가전제품들은 확실히 가사노동에 소요되던 물리적 힘의 크기를 경감시켰다. 그러나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을 줄이기보다 가사노동의 의미와 형태를 재구성했을 뿐이었다. 기대와는 달리, 가전제품이 전통적인 성역할을 바꾸는 데 이르지 못하고 여성들의 책임을 확대하는 기능을 했다. 만일 기술이 더욱 발달해 모든 것이 자동화된 미래가 도래한다면 여성들은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를 변화 추이를 비춰본다면 그렇다고 쉽게 답하기 어려울 듯하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가정은 엄마의 사랑으로 유지된다는 이데올로기에 있기 때문이다.
글 | 오선실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수료, 한양대 강사)
출처 | FOCUS 3월호
[기획] 2012 정부 R&D 예산안 - 중점투자분야 1 <기초과학 연구>
기초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말하다
작년 미국 내에서 현재의 기초과학연구 투자 비중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요지의 보고서, ‘기초연구 분야에서 정부 투자의 중추적 역할’이 발표 됐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한국보다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정부 투자 비중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서 이런 보고서가 발표된 것을 보니, 그만큼 이 분야가 세계에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미지 출처 : Flicker(http://www.flickr.com/photos/ricephotos/2648646304/) @IRRI Images
세계의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 역시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내 기초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지난 2012년 예산 편성 시에도 이를 최대한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2년 예산 편성(안)을 보면, 기초연구 전체의 예산총액이 정부의 R&D 예산 총액 증가와 기초연구 비중의 지속적 확대로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기초연구 비중은 약 25.6%에 불과하였으나, 지속적으로 기초연구 확대에 노력한 결과
2012년에는 35.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금액 면에서도 투자액이 2008년
1.8조원에서 2012년
4.0조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는 기초과학 연구분야 R&D 편성
우선, (일선의 연구자들이 소규모 연구에서 선호하는 자유공모 방식의) ‘개인기초연구’의 확대 기조를 유지하였습니다. 기초연구의 학문적 기반을 튼튼히 하고 특히 연구자의 창의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개인기초에 2012년 예산 8,000억 원이 배정되었는데, 2008년 예산 3,700억 원과 비교할 때 2배 이상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연구비가 없어 제대로 된 연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폭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미지 출처 :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한편, 특정 주제에 대한 심화연구를 위해 연구자들이 그룹을 구성하여 연구를 수행하는
‘집단기초연구’도 지원이 강화됐습니다. 공통 연구주제에 대한 집단연구사업인
‘기초연구실 사업’이 2011년 대비 30억 원 증액한
180억 원을 2012년 예산으로 배정받았으며, 특정분야에 대한 우수 연구집단을 육성하기 위한
‘선도연구센터 사업’에도 2011년 대비 38억 원 증액된
1,090억 원을 2012년 예산으로 편성 받았습니다.

이미지 출처 :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물론, 초미의 관심사였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도 빼먹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우리나라 기초과학 연구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는데요, 2012년 이 사업에는 (무려 전년대비 2,000억 원이 증액된)
2,10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었습니다.
2012년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과 관련해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 운영, 기능지구와 연구기반 조성, 중이온가속기 설계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해 국과위에서도 최선의 지원을 한다고 하니, 그 성과에 대해서는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무슨 일이든 한 번에,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는 기초과학 연구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세계적인 과학 강국인 독일이 세계 첨단 사업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도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일찌감치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깨닫고 ‘막스플랑크 연구소’ 같은 기초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소를 두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세계 첨단 사업의 선봉장이 된 독일. 그들이 밟아온 과정을 보며 앞으로 우리나라 기초과학 연구 분야도 한 단계씩 발전하여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길 기대해 봅니다.
굿가이(Goodguy)
우리 생활 속 과학이야기
11년에 한 번, 태양이 주는 시련
CME, 전지구적인 재앙인가?
작년 ‘2012’라는 영화가 개봉되어 흥행에 성공했다. 지구 종말 시나리오에 기반을 둔 영화로 폭발적인 태양활동으로 방출된 뉴트리노가 지구 내부 온도를 급격히 상승시켜 대규모 지각변동을 유발하고, 이 때문에 인류가 대재앙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제시한 지구 종말의 과학적 원인이 정확한지는 제쳐두더라도, 고대 마야의 달력이 2012년에 끝난다는 점과 다음 태양활동 극대기가 2012년 근처라는 사실을 연관시켜 제법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지구종말 시나리오에 기반을 둔 영화 '2012'
재미있게도
NASA는 최근
“현재 태양활동이 비교적 잠잠하지만 2013년이 되면 강력한 플레어가 발생해 태양폭풍이 발생할 것이며, 그에 따라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보다 20배는 더 큰 경제적인 피해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영화 2012에서 제시한 시나리오와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정말로 인류는 영화 ‘2012’에서처럼 태양활동에 의해 대규모 재앙에 직면할 것인가? 대재앙까지는 아니더라도 NASA의 경고처럼 큰 경제적인 피해를 초래할 것인가?
코로나질량방출(CME, Coronal Mass Ejection)
CME는 태양의 물질이 직접 우주공간으로 방출되는 현상이다. 플레어와 함께 가장 중요한 태양활동 두 가지 현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개 플레어와 CME는 동반하여 일어나지만 플레어와 CME는 몇 가지 상반되는 특징을 보인다.
플레어는 태양의 자기에너지(magnetic energy)가 열이나 빛의 형태로 폭발하듯 방출되는 반면, CME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 태양의 물질이 직접 우주공간으로 분출된다. 플레어는 빛의 방출이므로 8분 남짓이면 지구에 도달하여 영향을 주지만 CME는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빠른 것이라도 초속 3000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이 속도도 물론 엄청난 빠르기지만 이렇게 빠른 CME도 지구까지 도달하려면 최소한 하루나 이틀이 소요된다.
앞서 언급한 영화 ‘2012’는 폭발적인 CME가 굉장히 드문 현상인 것처럼 묘사했지만 사실 CME와 같은 태양활동 증가 현상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인류가 태양을 관측한 이래 평균 11년을 주기로 꼬박꼬박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자연현상의 하나일 뿐이다. 또한 CME가 방출될 때 다량의 뉴트리노가 발생한다는 근거도 없거니와 뉴트리노는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거의 하지 않는 입자이기에 영화에서처럼 지구 내부 물질과 상호작용하여 가열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번에 NASA에서 발표한 CME는 그동안 숱하게 관측된 정상적인 천문현상일 뿐, 영화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대재앙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CME와 지구 자기권의 모습. CME는 지구 자기장을 압축하여 지자기폭풍을 일으키고 극지방에 오로라를 발생시킨다.
이번의 CME가 역사상 최대 규모도 아니다. 태양관측이 기록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태양활동은 1859년에 일어났다. 그 해 9월 1일 영국의 천문학자 캐링턴은 태양관측사상 가장 큰 플레어를 관측했으며 이 플레어는 대규모의 CME를 동반했다. 당시의 CME는 불과 18시간만에 지구에 도달했으며 9월 1일과 2일 전 세계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기폭풍이 일어났다. 자기장 교란이 어찌나 심했던지 유럽과 미국 전역의 전산시스템을 마비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카리브해와 같은 저위도 지역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비교적 최근 기록 중에는 1989년의 CME가 가장 대규모로 꼽힌다. 1989년 3월 9일 발생한 CME도 엄청난 자기폭풍을 일으켜서 궤도상의 여러 인공위성들의 통제가 수 시간 동안 불가능했으며 지구자기장 교란으로 캐나다의 전력회사 전력망 회로차단기가 오작동하여 퀘벡주 전역이 9시간 동안 정전을 겪기도 했다.
CME로 발생하는 피해, 어떻게 대비할까?
CME는 플레어와 마찬가지로 태양 내부의 자기적인 불안정 때문에 일어난다. 요즘처럼 태양활동이 조용할때는 CME가 드물게 일어나지만 태양활동이 최고조일 때는 하루에 수차례의 CME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구에 도달한 CME는 지구 자기장을 말 그대로 ‘불어내어’ 압축시켜서 자기권을 변형시키고 고에너지 입자들의 일부가 지구 자기력선을 따라 극지방의 지구 대기권 상층부로 들어와 오로라를 형성한다.
NASA의 태양관측위성, SOHO(SOlar Heliospheric Observatory)가 관측한 CME의 발생 모습. 약 7시간에 걸쳐 왼쪽 위 10시 방향으로 CME가 방출되고 있다.
한편
지구자기권의 변형은 지전류를 유도하여 지상의 전력시스템에 장애를 주어 정전을 일으키거나 송유관을 부식시켜서 경제적 손실을 일으킬 수 았다.
자기장폭풍은 전리층을 교란하여 지상의 장거리 무선통신이나 위성통신에 장애를 일으키는가 하면 GPS 신호에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다. 자기폭풍에 의한 고층대기의 밀도변화는 인공위성의 궤도변화를 초래하여 위성의 수명을 단축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번 CME는 어느 정도의 파괴력일까? 미국해양대기청(NOAA) 산하 우주환경예보센터(SWPC)는 이번 24주기의 태양활동극대기는 2013년 5월경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극대기에 나타나는 일일 최대 흑점수는 90개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극대기 평균 일일최대흑점수인 114개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일 최대 흑점의 개수가 플레어나 CME와 같은 태양활동현상이 얼마나 자주 일어날지 짐작할 수 있는 지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번 CME가 우려만큼 강력하지는 않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다만, CME가 전자기기와 전파시스템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과거에 비해 전기와 통신에 대한 의존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만큼 심각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CME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CME가 발생할지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행히 일단 CME가 발생하면 언제 지구에 도달할지는 예측이 비교적 용이하여 12시간 이내의 오차범위로 CME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의 시점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CME가 전지구적인 재앙인 것처럼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허구일 뿐이다. 과도한 우려가 부질없음을 우리는 이미 2000년의 밀레니엄버그 사태를 통해 겪었다. 막연한 불안감에 불필요한 걱정을 하기보다는 다가올 위험을 냉정히 평가하여 그에 맞는 대처가 필요하지 않을까?
출처 : FOCUS 2월호
굿가이(Goodguy)
우리 생활 속 과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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